‘탄소중립’ 역행하는 대중교통요금 인상 [기자수첩]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높여야 하는데…요금인상이 최선이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는 12일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대중교통 요금조정안’이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6월 이후 8년 1개월 만에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된 겁니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한 배경에는 지하철·버스의 적자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행 요금 체계 하에서는 승객 한 명당 평균 706.5원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그동안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는 17조6000억 원으로 불어났고, 운수업계의 누적 부채도 8900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는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역과 상관없이 기록적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고, 그로 인한 인명 피해도 속출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형태의 더위와 추위, 폭우와 폭설 등이 매년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에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유엔 산하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를 초과해 상승할 경우 폭염의 발생 빈도가 이전보다 8.6배 증가한다고 예측했습니다. 폭우와 가뭄도 각각 1.5배, 2배 잦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때문에 지난 2015년 세계 197개국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기후협약을 맺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약속했고요. 꼭 이런 협약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나서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건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이런 목표와 반대로 가는 정책입니다. 도로운송부문의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걸 줄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올려야 합니다. 1km 이동을 기준으로 할 때 버스(27.7g)와 지하철(1.53g)의 탄소배출량은 승용차(210g)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면 수송분담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싼 교통비’라는 메리트가 사라지면 ‘편한 수단’인 승용차를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니까요. 결국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과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의미입니다.
탄소중립은 정말 어려운 목표입니다. 이미 인류가 누려온 편안함을 포기해야 하는 길인 까닭입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인식 개선 없이는 불가능한 게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경제 논리를 들어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요금 인상’을 선택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습니다. 이제는 다른 그 무엇보다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시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