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사업 전환”…롯데, 내실 다지기 속도
신동빈 “투자 자원과 수익 동시에 고려해야” 허리띠 졸라맨 유통·식품군, 수익성 기조 지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고성장, 고수익 사업과 ESG에 부합하는 사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달라. 투자할 때 투입되는 자원과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 사고가 필요하다.”
지난 18일 열린 ‘2023 VCM’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고 경영자(CEO)들에게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처럼 주문했다.
신 회장은 “매출·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더불어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며, 항상 ESG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유통·식품군은 수익성에 기반한 성장 전략을 구사해 반등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은 마트와 슈퍼 사업을 합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부터 상품 운용을 통합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온라인 사업도 통합한다. 이 일환으로 롯데슈퍼는 온라인 사업을 접는 대신, 방문 고객 대상 근거리 서비스에 더 집중한다. 롯데마트와 슈퍼가 동일하게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보다 각 사가 잘하는 업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커머스 사업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이미 쿠팡, 네이버 등이 장악한 시장에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ON)’으로 뒤늦게 출발하면서 투자가 급했지만,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결국 수익성을 높이는 기조로 전략을 선회했다.
전략은 특화몰인 일명 ‘버티컬’ 서비스다. 롯데온(ON)은 각 상품군을 모은 버티컬 서비스 ‘온앤더’를 운영 중이다. 2022년 4월 화장품을 모은 온앤더뷰티에 이어 9월 명품 전문몰 온앤더럭셔리를 선보였고 이후 패션, 키즈 분야 전문관도 열었다. 광범위한 범위의 고객을 공략해야 하는 일반몰보다 전문몰은 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특정 타깃을 정해 유입률을 끌어올리기 쉬운 편이다.
롯데 유통 사업의 수익성 개선 작업은 실적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2023년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1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7% 증가했다. 마트 사업부 매출은 2.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1.8% 증가한 320억 원을 기록했으며, 슈퍼 매출도 3260억 원으로 6.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0억 원으로 234.8% 늘었다.
이커머스 사업도 매출이 290억 원으로 10.5%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적자는 250억 원 줄였다. 이커머스 사업부 영업적자는 1분기 기준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식품군도 내실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부진하던 주류 부문 사업 경영 효율화에 집중해왔다. 주류 사업부는 2018년 590억 원, 2019년 588억 원, 2020년 2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다가 지난 2021년 245억 원으로 흑자 전환한 뒤 지난해는 36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도 지난해 7월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면서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웰푸드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36.5% 증가한 18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사업이 원가 부담으로 인해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제과, 해외 사업이 이를 상쇄했다. 제과 영업이익은 77.7% 증가한 158억 원을 기록했으며,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74.8% 성장한 89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웰푸드는 빙과 SKU와 영업 효율화에 따른 매출 감소를 건과(껌, 캔디, 초콜릿) 고수익 카테고리 확대를 통해 상쇄하며 수익성을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수익성 강화,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물류 효율화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신 회장이 2023년 하반기 경영 주요 키워드로 내실 다지기를 강조한 만큼, 이 같은 기조는 다른 그룹사로도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