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께 드리는 편지…‘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 대안은 무엇입니까’
감정적 비판은 합리적 이미지 무너뜨려…대안 제시하는 유능함 보여주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유승민 전 의원님께.
의원님. 얼마 전 의원님께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비판하시는 글을 읽었습니다. 국민 절대 다수의 반대를 좌파의 선동이 만들어낸 괴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고,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지요.
저는 의원님이 국민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수행하고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4.6%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용인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4.6%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번 발언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는 의원님이 유력 대선주자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가 ‘대안 있는 비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시절, 여당 원내대표로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던 건 ‘중부담 중복지’라는 나름대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합리적인 모습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리 정부를 비판한 의원님의 행보에는 다소 의문이 듭니다. 의원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2021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문재인 정부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태도를 취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기할 경우 당사국들이 유엔해양법협약을 근거로 일본의 협약 규정 위반 여부를 묻게 돼있습니다. 그런데 유엔해양법협약은 방사능 오염수와 같은 오염물질을 바다로 방류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습니다.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 경감 및 통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할 뿐입니다.
이번에 IAEA는 일본 측 방류 결정에 대해 ‘2년간에 걸쳐 평가한 결과 적합성이 확실하고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IAEA가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저는 의원님이 실질적으로 일본의 방류 계획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리라 예상했습니다. 일본이 방류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하도록 설득할 방안이나,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비판에서는 대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윤상현 의원님 말씀처럼, ‘감정적인 대응, 지혜롭지 못한 발언’에 가까워 보입니다.
저 역시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일본의 행위를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는 국민과 언론이 할 일이지,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닙니다. 정치인이라면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려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의원님이 정치권에서 보기 드물게 ‘How’를 고민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번 비판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저 비판 여론에 올라타 인기를 얻어 보려는 평범한 ‘정치인 1’처럼 보입니다. 부디 ‘감정적 비판’이 아닌,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되돌아오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