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10’ 밀려난 한국경제, 돌파구 열어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성장발목 규제 싹 없애라 경제대국 10위 ‘일장춘몽’ 환율변동·성장세 둔화속 글로벌 ‘톱10’ 밀려난 한국경제

2023-07-29     이병도 주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24일

이대로 다시 계속 떨어지고 말것인가.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추락이 확연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떨어지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 GDP는 1조6733억 달러로 전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지난 2021년보다 3단계 하락하면서 3년 연속 10위권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러시아, 호주, 브라질이 우리나라를 앞질러 3년 연속 ‘톱10’ 유지에 실패했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의 성장활력을 더 높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기업이 마음 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당파를 초월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 활력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 활력이 떨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소비는 정체다. 이런 와중에 진흙탕 정쟁은 멈출 줄 모른다. 기업들을 지원하는 법안들은 국회 서랍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명목 GDP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개별 국가의 경제 규모를 나타낸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20년과 2021년 10위를 기록했는데 작년에 13위로 떨어지면서 3년 연속 톱10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한국을 추월한 러시아와 호주, 브라질은 주요 원자재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원 수출국은 강달러 속에서도 여타 통화에 비해 환율이 비교적 강세를 보였다. 환율 문제가 우리 경제 규모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수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가 상위 10개국을 형성했고, 우리 앞에는 브라질과 호주가, 뒤에는 스페인과 멕시코가 각각 자리했다. 2005년 처음으로 10위를 기록한 이후 한국의 GDP 규모는 늘 그 언저리를 맴돌았다. 그러다 2018년 다시 들어섰지만 1년밖에 버티지 못했고, 2020년 재진입해 지난해까지 10위권을 유지했지만 이번에 또 밀린 것이다.

2021년만 해도 한국은 러시아와 호주, 브라질에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이들 국가가 모두 한국을 추월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으로부터 집중 제재를 받았음에도 한국 뿐 아니라 이탈리아까지 제치며 9위에 올랐다. 한국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보다도 뒤진 것이다.

올해와 내년도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명목 GDP 산정에서 불리하다. 원자재 가격은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수에 대해 안심해선 안 된다.

지난해 국가별 경제 규모 순위를 보면 미국과 중국이 ‘빅2’를 형성했고 일본과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등이 세계 경제대국 10위안에 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와 비교해 미국은 15배 이상, 중국은 10배 이상이고 일본과 독일은 2.5배 가량이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대내외적인 악재를 재차 살피고 대비해야 할 때다.

비관적 견해 많아

명목 GDP는 한 나라가 1년간 재화와 서비스를 얼마나 생산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그 나라 경제력 규모를 나타낸다. 그렇게 따져보면 한국은 작년까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그 밖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한국이 10위권 밖으로 털썩 주저앉게 된 요인으로는 성장세 둔화와 환율 변동성이 꼽힌다. 우선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 원화 기준으로 명목 GDP는 전년보다 3.9% 증가했으나 달러화 기준으로는 7.9% 감소했다. 반면 한국을 추월한 러시아와 호주, 브라질의 경우 주요 원자재 수출국이라 강달러 속에서도 여타 통화에 비해 환율이 비교적 강세를 보여 우리와 대조를 이뤘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많아 당분간 앞날이 밝지 않다. 우리나라 실질 경제성장률은 올해 1%대 중반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성장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 반면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올려 잡고 있다. 이런 전반적 대내외 변수를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올해 톱10에 재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성장엔진 재부팅 화급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성장세를 가로막는 대외적 여건은 악화하고 우리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될 일이다.

전체적으로 경제 규모는 늘었지만 달러로 계산하니 되레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자원수출국들은 환율 강세 덕에 순위가 상승했다. 실제 우리를 제친 러시아 브라질 호주는 석유나 광물 등 원자재 수출국이다.

성장엔진을 재부팅하는 일이 화급하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결국 이 방법밖에 없다. 핵심은 규제 철폐에 있다. 성장 발목을 꽉 잡고 있는 규제를 싹 없애야만 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경제활력이 지펴진다. 시간이 없다. 당장 혁명적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3대 개혁 필수적

시장경쟁력은 어제오늘 수준으로 따질 것이 못된다. 오히려 길게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경제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 잠재 경제성장률마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이러다간 세계 5위 경제대국은커녕 경제 10위권 재진입이 가능키나 한 건지 모를 지경이다.

더 아쉬운 것은 당장 순위가 반등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경제성장 자체가 더디고 무디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한 것만 봐도 상황이 짐작될 것이다. 강 달러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우리로선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우리와 경쟁하는 러시아 호주 브라질 등은 성장률 전망이 우리보다 비슷하거나 더 저조해도 달러 강세로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당장 단기처방책을 내놓는다고 경제규모 순위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순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제체질을 바꿔 탄탄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 지적돼온 분야들은 한둘이 아니다.

노동개혁을 포함한 3대 개혁은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수적이다. 정부효율성도 개선되기는커녕 부정부패 사례를 보면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는 듯하다. 경제 10위 대국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