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또 高금리 수신 경쟁…불황 속 리스크 관리 ‘잰걸음’·ESG는 ‘걸음마’

시중은행으로의 수신자금 이탈 우려…경쟁력 강화 초점 중앙회·대형사, CSR 부문 확대…환경·지배구조는 ‘아직’

2023-08-14     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또 다시 수신상품 금리를 올리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으로의 수신자금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녹록치 않은 업황 속에서 업권의 경영 방향성이 재무건선성 관리와 수익성 제고에 무게를 두면서 ESG 경영 부문은 여전히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14일 저축은행중앙회와 저축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업권 정기예금 12개월 기준 평균금리가 4%대를 넘어선 4.06%를 기록했다. 올 1분기 말 예금 평균금리는 3.77%였다. 이는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수신고객 유지를 위해 저축은행 업권도 뒤따라 금리인상에 동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고금리 기조와 아울러 시중은행과의 경쟁이라는 어려운 영업환경이 이어지면서, 저축은행 CEO들의 경영 초점도 ESG 확대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된 모양새다.

실제로 올해 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 김재홍 IBK저축은행 대표 모두 ‘위기 극복’ 또는 ‘수익성’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기도 했다.

김문석 대표의 경우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10년을 준비하자”면서 새 경영방침으로 △건전하고 스마트한 환경 조성 △디지털 경쟁력 강화 △고객·주주·직원 균형 성장을 통한 시장 지배력 향상 △저축은행업 본질에 따른 핵심 가치 집중 등을 제시했다.

김재홍 대표는 ‘금융사고 없는 클린 IBK’를 경영목표로 제시하면서 △규모의 성장 △고객 만족도 향상 △IBK금융그룹과의 시너지 확대 △빈틈 없는 자산건전성 관리 △수익성과 성장성 갖춘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등을 주요과제로 언급했다.

업권을 대변하는 저축은행중앙회도 최근 건전성 리스트 관리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이 부동산 대출로 인해 1조 원대의 결손이 발생해 저축은행 계좌가 모두 정지될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는 등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해당 루머는 금융당국까지 나서 허위사실로 판명했지만, 관련 리스크 우려가 확산되면서 저축은행업계와 중앙회는 루머 확산 차단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당시 중앙회는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평균 유동성 비율은 177.1%로, 감독규정 기준인 100%를 77.1%포인트 초과한 수준이라며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어려운 업황 속에 뱅크런 루머까지 겹치면서 업권 전반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조는 저축은행중앙회 조직 개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022년 5월 조직개편을 통해 전무이사 직속 부서로 ‘리스크관리실’을 신설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시중은행과의 수신고객 쟁탈전까지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단기간 내 ESG 경영 확대는 현재로선 어렵다는 게 업계 전반의 인식이다.

업권 특성상 시중은행은 물론 상위권 저축은행에 비해서도 규모가 열위한 지역단위 소규모 저축은행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도 업권 차원의 ESG 경영 확대를 어렵게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감독당국과 정부, 국회의 요구도 사회적책임과 포용금융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한 몫했다.

앞서 올해 3월 국회 정무위원회 백혜련 위원장은 저축은행 업권과의 간담회에서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저축은행의 서민금융지원 역할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민금융 대표기관인 저축은행업권 특성상 ESG 가운데 사회(S) 부문에 유독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영업환경이라는 말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저축은행 업계 창립 50주년을 맞아 ‘저축은행 사회공헌의 날’을 지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매년 사회공헌의 날을 맞아 저축은행 업권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단위 소규모 저축은행도 관공서나 지역시민단체와 업무협약이나 성금 기탁을 통해 CSR 실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사회공헌의 날’이 사회(S) 부문 확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환경(E) 부문은 앞서 저축은행중앙회와 대형사가 추진한 ‘페이퍼리스(paperless) 금융’이나 전기차 도입 확대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플로깅’ 같은 환경봉사활동에 한정돼 있고, 지배구조(G) 부문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그룹 계열사가 아니라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비(非)지주계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사실상 사회(S)를 제외한 부문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향후 ESG 경영 실천 기조의 점진적 확대를 통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동참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중앙회 차원의 ESG경영위원회가 2021년 9월 첫 회의 이후 주기적으로 열리면서 대형사와 지주계열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ESG 경영 내재화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위원회는 저축은행 업권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자문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