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통위, HTTPS 차단 정책 수정 나설까

자유·개인정보 침해 논란 일었던 HTTPS 차단 문제…허은아 “반드시 정상화해야”

2023-09-01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동관

8월 18일 열린 제409회 국회 제1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이날 회의에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늘 그렇듯,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자신과 그 가족들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는데요. 그 와중에 눈길을 끄는 질의가 하나 있었습니다. HTTPS 차단에 대한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의 질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2월 성인물과 도박 등 유해·불법사이트에 대해 HTTPS 차단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전까지 정부는 DNS(Domain Name System) 방식을 통해 유해·불법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막았는데요. 이 방식이 HTTPS 보안을 사용하는 사이트에는 먹히지 않자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던 겁니다.

문제는 SNI 차단 방식이 사생활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DNS를 통한 차단이 특정 지역으로 발송되는 편지를 전부 막아버리는 식이었다면, SNI 차단 방식은 편지 봉투를 일일이 확인해 받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 편지를 전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식입니다. 정부가 검문소를 만들어두고 개개인의 목적지를 체크한 다음 통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다 보니 제도 도입 당시 ‘사생활 검열 아니냐’, ‘중국과 무엇이 다르냐’는 등의 반발이 나왔습니다. ‘인터넷 통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도 26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도박과 불법 촬영물은 삭제되고 차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HTTPS 차단을 강행했습니다.

지난달 18일 허은아 의원이 제기한 문제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강행했던 HTTPS 차단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우회법의 존재로 인해 실효성마저 의심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얻는 것 없이 ‘중국 수준의 인터넷 검열’이라는 비웃음만 사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게 허 의원의 문제의식입니다.

허은아 위원

“저는 HTTPS 차단에 대해서 묻고자 합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OECD 국가 중에 이 방식을 공식 도입한 곳은 우리나라뿐이고, 또 인터넷을 엄격하게 검열하는 중국의 정책과 대단히 유사하다고 합니다. 또 이미 포털과 유튜브에는 우회법에 대한 게시물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정책 개발 과정에서 방통위가 이런 허점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가가 국민의 웹사이트 접속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 사실상 인터넷 검열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정책이야말로 적폐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하십니까.”

여기에 대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유해·불법콘텐츠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많은 우회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이 모든 경로를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동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HTTPS 차단이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공감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하는데, 유해 콘텐츠, 성착취 동영상이나 이런 것들을 규제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계속 허 위원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또 이것을 차단하는 데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조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건가 하는 것이 과제기 때문에 취임하게 되면 여론을 수렴해서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다만 ‘이동관 방통위’가 실제로 HTTPS 차단을 해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도 문재인 정부가 SNI 차단 방식을 도입했던 건 유해 콘텐츠 규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었습니다.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유해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HTTPS 차단에 나설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여권 관계자 역시 “논리적으로는 HTTPS 차단을 푸는 게 맞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규제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실효성도 전혀 없다”면서도 “HTTPS 차단 해제는 유해한 영상물을 허용한다는 프레임에 걸리기 딱 좋은 이슈라 굳이 건드릴까 싶다”고 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없는 이슈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허 의원 측은 “HTTPS 차단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늘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정상화시켜야 할 문제”라며 “자유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의 진가를 국민들께 꼭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과연 ‘이동관 방통위’는 HTTPS 차단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