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방산 M&A 나선 한화, 노사 갈등 해결 ‘숙제’
HSD엔진 노조 “매각마다 노조와 사전 논의 없어” 한화오션 하청노조 “470억 원 손배소 취하해야” 한화, ‘최종 인수 후’·‘판결 후’로 숙제 ‘미루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최근 한화가 해양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선 관련 기업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인수 기업의 노사 갈등 해소라는 숙제를 품에 안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로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HSD엔진과 지난 5월 출범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자들은 한화 등 사측에 누적된 노동 문제에 관한 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HSD엔진지회(이하 HSD엔진지회)는 지난 7일 HSD엔진 창원 공장 및 서울 중구 한화 사옥 앞에서 각각 결의대회 및 1인 시위를 벌였다.
HSD엔진은 선박엔진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한화는 지난 7월 대주주인 인화정공에 인수 계약금을 지급하는 등 올해 마무리를 목표로 HSD엔진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인화정공과 한화의 매각을 ‘밀실매각’이라고 규정하면서 매각 과정에서 구성원과의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날 세워 비판했다.
HSD엔진은 앞서 사명변경 및 최대주주 변경을 수차례 겪었다. 지난 2005년 두산그룹에 인수되며 두산엔진으로 사명을 바꿨고, 지난 2018년에는 소시어스 및 웰투시인베스트먼트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이후 2021년 인화정공으로 재매각됐다.
HSD엔진지회는 한화 등과의 교섭에서 △구조조정 없는 고용승계 △노조 인정 △단체협약 승계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HSD엔진지회 관계자는 “HSD엔진의 경우 과거 매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매번 노조와 논의하거나 소통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 이번엔 노조와 사전에 합의하자는 것”이라며 “교섭이 여러 차례 진행되고 있고, 향후 인화정공 및 한화오션과 삼자교섭도 진행하려 한다. 다만, 아직은 (인화정공과 한화가)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하청 노동자와 법정싸움 중이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하청노동자 파업투쟁 1년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 5인에 제기한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8월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이 지난해 6월~7월 51일간 저임금 해소 등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진행한 건과 관련해 조선하청지회 집행부 5명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조선하청지회 및 원청인 한화오션 노조 등은 지난 5월 한화로의 매각 당시 손배소 취하 등을 포함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한화는 당초 5월 예정이었던 손배소 첫 재판을 9월로 지연했을 뿐 취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교섭에 나설 것 역시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선하청지회가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원청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와 함께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원청과 단독으로 교섭할 권리,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 원청과의 협약과 관련해 단체행동을 할 권리 등이 제외됐지만, 제한적으로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 평이다.
조선하청지회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19개 하청업체 각각에, 또 한화오션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한화오션과의 단체교섭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하청업체 대표들은 단체교섭에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진짜 사장’인 한화오션이 단체교섭에 나서야 교섭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아직 한화는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먼저, HSD엔진과의 교섭에 대해서는 현재 기업결합심사 중이라 인수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와의 갈등에 대한 입장은 판결 이후까지 상황을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손배소의 경우)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 진행 경과를 보려고 한다. 현재 취하 등 특별히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단체교섭에 대한 판단 역시 판결 이후로 미루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중노위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한화오션은 하청지회와의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