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문재인 정부 ‘소주성’, 사회주의 국가 보는 것 같아” [북악포럼]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34)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 “오늘날 국회, 상호존중 문화 사라져…‘다름’ 아닌 ‘틀림’만 남아” “아버지가 걸었던 정치의 길, 가업으로 삼고 도전하기로 결심해” “문재인 정부, 대북외교 무기력…‘삶은 소대가리’ 모욕적으로 느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미래의 우리나라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할까? 급속히 몰아치는 세계화의 돌풍 속에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은 국민의힘.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원로 정치인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12일 ‘정우택 Navi’라는 주제로 북악포럼 연단에 오른 정 부의장은 현역 5선 국회의원으로 과거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아래에서 정치를 배웠다. 이후 해양수산부 장관과 충청북도지사를 역임하며 의정과 행정에 통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의장은 강연 시작부터 청중에게 혹여나 자신의 소속 정당이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해하지 않길 당부했다.
“요새 국회 본회의를 보면, 의원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가만히 안 있어요. 예전에는 생각이 달라도 경청하고 소리를 질러도 한 번 지르는데, 요새는 총리나 장관이 답변을 못할 정도로 시끄럽게 계속 반말과 야유를 보냅니다. 혹시 제가 조금 여러분하고 좀 다른 얘기를 하더라도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 부의장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저는 1978년 행정고시에 붙어서 91년 말까지 총 13년 동안 공직에 있었습니다. 노태우 정권이 92년까지 가잖아요. 92년 말에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대통령이 됩니다. 제 형도 행정고시에 저보다 3년 먼저 합격을 해서 공직에 있었어요. 어느 날 형이 불러서 이야기를 하는데, 제게 ‘너는 정치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더군요.”
정 부의장의 형이 그에게 정치를 권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부친 역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10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5선을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 사이에서도 가업을 잇는 차원에서 누군가 정치를 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정작 저는 아버지가 정치하는 모습을 일찍이 봐왔기 때문에 정치가 빚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피는 못 속이는지 출마하게 됐습니다. 가업을 잇는다는 차원에서 정치를 하게 됐습니다.
고지식했던 저는 가업을 이으려면 아버지가 태어나 처음으로 정치를 시작한 곳에서 국회의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충북 진천으로 향했습니다.”
가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정 부의장은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아버지가 4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전부 서울에서 당선됐습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나왔습니다. 진천이라는 곳은 명절이나 가족행사가 있을 때만 갔었죠. 유일하게 아는 친척 한 분에게 연락해서 함께 다니며 선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또 진천군은 음성군과 한 선거구를 이루고 있는데, 음성군은 그때 처음 가봤어요. 그 선거에서 당연히 지고 말았죠.
사흘을 울면서 후회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굳게 먹었죠. 4년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밤 11시까지 4년을 그렇게 다녔어요. 그래서 1996년에 결국 당선됐습니다.”
정 부의장은 오늘날의 대한민국 이야기로 화두를 돌렸다.
“대한민국이 지금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혹평이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했던 ‘소득주도 성장’을 꼬집었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건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섰을 때 제가 원내대표였습니다.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셨는데, 연말에 다음 해 예산을 갖고온 걸 보니까 최저임금을 갑자기 16.8%를 올려버렸어요.
보통 최저임금이 6%~7% 수준에서 상승했는데 갑자기 16.8%를 올리는 거예요. 자본주의 국가는 기업체들이 이득을 얻은 걸 갖고 배분해서 근로자들 임금도 주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근데 임금을 16.8%를 올리니 그 많은 월급을 어떻게 줍니까? 문재인 정부에서는 3조의 세금을 임금으로 주겠다고 발표를 합니다. 그건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노동 생산성 향상이나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통해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게 아니고, 정부가 돈을 줘서 임금을 올려버린 사회주의 국가의 형태였어요. 결국은 성공을 못했죠.”
그는 전 정권의 대북외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단으로 폭파하고, 서해에서 우리 측 공무원이 피살당할 당시 무기력했던 정부의 대응에 화가 났다고 밝혔다.
“모두 ‘삶은 소대가리’라는 말이 생각날 겁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무단으로 폭파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께 삶은 소대가리라는 표현을 썼어요. 저는 굉장히 모욕적으로 들렸습니다.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하고 합의를 해도 북한은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무단으로 사무소를 폭파시키고 우리 해수부 공무원을 살해해도 정부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정치인이라면 무릇 정치적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외에도 정 부의장은 늘어난 국가부채, 폭력적인 노조, 저출산, 연금문제 등 전 정부의 실책을 언급하며 극복해야할 숙제임을 강조했다.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정치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제 얘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