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총자산 100兆 시대 앞뒀지만…성장 막는 규제 완화 필요해 [현장에서]

국회 의원회관서 ‘인터넷은행法 제정5주년 토론회’ 유의동 국회의원 주최·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주관 상호출자제한·대주주신용공여규제 관련 완화 논의

2023-09-20     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5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주요 선진국 대비 금융시장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금융권 메기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청년과 서민금융 분야를 비롯해 모바일 가계대출 전반에 걸쳐 은행권 경영을 촉진시키고 소비자 편익 증진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인터넷은행법 제정 5주년 기념토론회 - 인터넷은행이 걸어온 길, 그리고 나아갈 길’에서는 인터넷은행 현황과 지난 5년간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점검과 비전 공유가 이뤄졌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동국대 강경훈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인터넷은행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점유율 등에서 국내 인뱅3사가 보인 성과가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그 배경에 대해 “플랫폼 형태의 빅테크와 금융의 효율적인 결합을 이유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준 인뱅3사의 고객수는 총 3753만 명으로, 급속도록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말 556만 명과 비교하면 5년새 약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인뱅3사의 총자산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올 상반기 말 93조 7067억 원으로 100조 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강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일부 기준 변경 △대주주 신용공여 규제 완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제안했다.

먼저, 중저신용자 대출과 관련해 인터넷은행의 관련 노력은 지속돼야한다면서도 “현재 잔액기준은 경직적이고 중도상환 등으로 비중 관리에 어려움이 존재해, 경기 여건 등을 반영한 탄력적인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대주주 신용공여 규제에 대해서는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가 전면 금지돼 있고,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등기임원이 포함돼 있다”면서 “인뱅 출범 후 대기업의 사금고와는 무관한 계열사 등기임원 관련 소액·개인대출에 대한 위반 사례만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례법 개정을 통해 약관에 따른 정형화된 개인대출을 예외 적용하거나 자자본 10% 이내 신용공여 허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핀테크 투자 활성화를 위해 상호출자제한 규제 관련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비금융·보험사로 분류돼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면서 “해당 규제로 인터넷은행이 오히려 핀테크 투자가 불가능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업 범위를 통계표상 분류에 국한하지 않고 금융사의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비금융업종(금융유관업)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외부전문가 토론자로 참여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사무소 박영호 MD파트너는 “우리에게 이제 더 필요한 것은 금융적 상상력 기반의 글로벌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모델 기반의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이라고 전제하며 “뱅킹 테크 솔루션 기반의 Banking as a Service(이하 BaaS)형 인터넷전문은행, 중소기업특화 인터넷전문은행, 글로벌로 진출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모델로 혁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핀테크, 금융·비금융사, 정책당국은 새로운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는 금융위원회 신진창 금융산업국장과 금융감독원 박충현 부원장보가 참석했다.

금융위 신진창 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간편하고 신속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 이용 편의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중은행과 차별화되거나 금융소비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혁신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박 부원장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가 적절히 구현되고 자율 경영이 제고될 수 있도록 리스크 중심 감독·검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유의동 의원(국민의힘, 경기 평택시을)은 “인터넷은행 출범 5주년을 기념해 성과와 부족한 점을 살펴볼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뱅크 3사와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면서 “출범 5년이 지난 시점에, 출범 당시 우려됐던 부분이 얼마나 해소됐고 또 얼마나 남아있는지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관을 맡은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소속 케이뱅크 서호성 대표,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토스뱅크 홍민택 대표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케이뱅크 ‘서비스형 뱅킹’ △카카오뱅크 ‘mini' △토스뱅크 ’잠들지 않는 은행‘ 등 인뱅3사의 혁신사례 발표도 이뤄졌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유의동·성일종 의원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는 케이뱅크 서호성 대표가 협의회를 대표해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