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의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의힘이 인요한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영남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실 국민의힘이 그 동안 혁신을 한다고 내부에서 별별 푸닥거리를 해왔지만 별무효과였다. 그냥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거나 공천룰을 좀 더 공정하게 만든다고 시끌벅적했지만, 눈에 띌만한 효과가 있었나 싶다. 또, 보수정당이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느닷없이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오히려 집토끼들로부터 욕만 되게 먹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영남당’이라는 비아냥이나 조롱을 받는 '만만한 세력'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 순천 태생인 인요한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나서게 됐다. 인요한에 대한 호남 전반의 감정은 나쁘지 않다. 인요한은 원래부터 5·18의 아픔을 호남과 함께 공유해온 인물이다. 그 윗대부터 순천에 터를 잡고 선교사로서 희생과 봉사를 이어온 가문이다. 게다가 특별히 범죄 이력도 없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펼쳐온 주인공이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인요한을 국민의힘이 혁신위원장으로 뽑을 수 있었던 건 하늘의 도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잘한 일로 다가온다.
인요한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호남 보수를 결집하는 것이다. 호남에도 보수가 많다. 원래부터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많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는 민주당이 영남지역에서 적지 않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 부분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크게 밀리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인요한은 ‘호남 출신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걸 보고싶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는 호남 보수 발굴에 불을 붙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 힘이 호남 보수 세력을 결집, 표를 확대할 수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오랜 기간 집권하는 발판도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를 놓고 볼 때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 동안 호남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 이런 호남 보수 성향 유권자들 20%의 마음만 돌려도 내년 선거 판도가 확 바뀌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대한민국 정치는 반듯하지 못했다. 그 중 하나가 지역주의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지역주의라는 색 안경을 끼고 보니 효율이 떨어졌다. 어느 지역에 살던 내가 보수면 보수당 후보를 찍고,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당 후보를 찍으면 된다. 이런 구도가 국민의힘에 불리할 리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민의힘이 인요한을 영입한 건 천운의 기회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