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제약사들끼리 뭉친다”…동아에스티의 거침없는 ‘오픈이노베이션’
동아에스티,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방향의 오픈이노베이션 선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경환 기자]
신약 개발에는 10년이 넘는 시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과 임상 단계를 통과해야 하고, 엄격한 허가 절차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신약 개발 확률은 10%에 도달하지 못 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으로 손꼽힌다. 제약사들은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자 공동연구, M&A, 라이선스인 등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중에서도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연계한 공동연구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과의 공동연구가 가장 전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약업계 전형적인 공동연구 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과의 공동연구에서 벗어나 전통 제약사 간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의 주인공은 90년 넘게 제약 사업을 이어오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약과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하며 국내 신약 개발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동아ST(동아에스티)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향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동아에스티 R&D를 책임지고 있는 박재홍 사장은 올해 초 M&A, 라이선스인과 더불어 국내 전통 제약사 간 협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정형화된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의 공동연구 형태에서 벗어나 전통 제약사 간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동연구 특성상 각자의 기술을 공유해야 하기에 그간 전통 제약사 간의 공동연구는 기피돼 왔다. 하지만 제약사마다 보유한 역량과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함께 개발한다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통 제약사 간의 공동연구는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해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동아에스티는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국내 전통 제약사들과 맞손을 잡으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10월 GC녹십자와 면역질환 신약 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양 사는 만성 염증성질환을 표적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타깃을 공동으로 선정하고 신규 모달리티로 치료제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선정된 타깃에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을 제작하고 특정 장기에 전달할 수 있도록 최적화 과정을 수행한다. 동아에스티는 GC녹십자가 제작한 물질을 세포 수준에서 작용기전을 확인하고 동물모델에서 유효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공동연구를 통해 도출될 물질의 다음 단계 개발 과정에서도 양사가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HK이노엔과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이 자체 개발 중인 EGFR(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저해제에 동아에스티는 단백질 분해 기반기술을 접목해 EGFR L858R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차세대 EGFR 분해제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다.
박재홍 사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정형화된 공동연구 형태에서 벗어나 전통 제약사 간의 공동연구를 진행함으로써 각 사의 강점을 살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협력을 증대해 가면서 연구와 개발 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전통 제약사와의 협력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업, 학계, 해외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동아에스티는 바이오 벤처 기업 씨비에스바이오사이언스와 동반진단 기반 치료제 개발 및 데이터분석 플랫폼을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 및 신약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2022년부터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심플렉스, 연세암병원과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후보물질 발굴과 기전 연구를 맡고 심플렉스는 인공지능 기반 활성구조 도출 및 선도물질 최적화와 예측모델 API 구축을 담당한다. 연세암병원은 고품질의 환자 유래 데이터베이스와 우수한 항암 신약 연구 역량을 통해 타깃 발굴과 물질 검증을 진행한다.
동아에스티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서도 공동연구의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11월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UMass)과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매개 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와 UMass는 만성 염증성질환을 타깃으로 AAV 매개 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UMass는 만성 염증성질환 타깃 유전자를 AAV에 탑재하고, UMass와 동아에스티가 AAV에 탑재한 유전자의 약효를 스크리닝한다. 이후 선정된 AAV 후보군에 대해 UMass는 마우스 모델에서 약효를 평가하고 동아에스티는 동물모델에서 약효를 평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동연구에는 유전자 치료제의 세계적인 권위자 구아핑 가오 교수 등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진들이 참여한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보스턴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적 미래 가치가 있는 기술 및 플랫폼을 발굴하고, 시장 조사 및 네트워킹 등을 통해 동아에스티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거점이 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특화된 분야에서 각자의 강점으로 서로 협력한다면 그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진행해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