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조건 다 갖췄네”…디자인·성능까지 품은 ‘원조 연비왕’ 프리우스 [시승기]
“애차되겠다” 상품 자부심 입증…실 연비 최고 25.1km/L 기록 5세대 디자인 파격 변신 ‘눈길’…동력 성능도 기존 대비 80%↑ 하이브리드카 시장 인기속 뚜렷해진 존재감…원조의 새 역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애차'(愛車)로 거듭나겠다"
토요타 프리우스 5세대 모델의 산파 역할을 담당한 오야 사토키 토요타 수석 엔지니어는 지난 13일 출시 행사에 이어 이틀날인 14일 이뤄진 미디어 시승행사 자리에서도 프리우스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실용성 갑·연비 괴물' 등의 타고난 경쟁력에 디자인 혁신까지 이뤘으니 그럴 만 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 기대감 역시 남다른 게 사실이다.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성 및 전기차 전환을 위한 대안적 선택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점에 그 원조이자 살아있는 전설 격인 신형 프리우스 출시가 이뤄졌으니 말이다. 기자는 '애차'를 자신한 프리우스의 매력이 고객 눈높이에 부합할 지를 염두에 두며 지난 14일 시승에 나서봤다.
프리우스 시승은 서울 광진구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에 위치한 카페까지 왕복 160km 코스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SE 모델과 하이브리드 XLE를 번갈아 타는 순으로 진행됐다. 우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도심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전기모드 위주 주행을 지속하며 연료 효율성을 높여나갔다. 전기 모드 주행 가능거리만도 최대 64km에 달한다.
이어 고속화 구간에 진입하면서부터는 이전 4세대 모델의 아쉬웠던 응답성을 확실히 개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과는 전혀 딴판인 날쌘 거동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엔진 배기량이 기존 1.8에서 2.0으로 늘어난데다, 하이브리드 모터 개입을 통한 시스템 총출력이 223마력에 달하는 덕분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시스템 총출력은 196 마력이다. 동력성능을 기존 대비 80% 가까이 끌어올렸기에 신형 모델의 변화점은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준중형 차급에 이례적인 19인치 대구경 타이어가 장착된 점도 달리는 재미를 부추긴다.
공통적으로 2세대 TNGA 플랫폼의 저중심 설계을 통해 차량은 바닥에 찰싹 붙어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있는 주행감을 선사한다. 국도 내 과속방지턱을 지나칠 땐, 단단하기보다 물렁한 서스펜션 응답으로 노면 충격을 잘 상쇄해냈다.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뒤에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빠른 응답성에만 치중하지 않고 안락함까지 제공해 만족감을 높인다
개인적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하이브리드의 주행질감 완성도가 더 높지 않았나 싶다. 서스펜션 세팅값 등을 각 파워트레인 특성에 맞게 조절했음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시 늘어나는 배터리 무게 등을 불리한 조건을 완벽히 커버하지 못한 듯 보였다. 차량 노면 소음만 들어봐도 하이브리드가 더 정숙해 편안했다.
디자인 측면에서의 개성도 뚜렷하다. 이를 토요타코리아는 '운전자를 첫눈에 반하게 할 스타일리시함'이라 칭하고 있다. 프리우스는 더욱 날렵해진 실루엣 기반에 전후면부 모두 미래지향적이자 스포티한 감성으로 꾸며졌다. 차량의 가장 높은 부위인 루프피크가 다른 차량들보다 뒤쪽에 위치하는 점부터가 새롭다.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얇은 그릴은 하나로 이어져 와이드한 차체의 역동성을 부각한다. 하단부는 대형 그릴을 따로 두어 낮고 안정감있는 차세를 구현한다.
실내 디자인은 높아진 동력성능에 부합하도록, 주행 몰입감을 높이는 데 최적화돼 있다. 7인치 톱 마운트 계기판은 스티어링 휠 상단에 배치돼 시선 분산 없이 주행 정보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할까지 해내 전방 시인성을 높여주는 등 편리한 주행을 돕는다.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의 조작성도 우수하다.
실용성 중심 디자인은 다소 밋밋하고, 고급스러움이 덜한 게 사실이다. 다만 앰비언트 라이트를 갖추는 등 구색을 맞춰냈다. 재미있는 점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블루 컬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엔 레드 컬러 라이트가 적용된 것이다.
편의 옵션 중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SE 모델에 탑재된 디지털 리어뷰 미러가 눈에 띈다. 낮게 깔려있는 차체 디자인으로 인해 뒷 유리창 시야가 좁다는 단점은 훌륭히 극복해내는 옵션이기 때문이다. 고급 차량들에 주로 적용되는 만큼, 프리우스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2열 좌석은 아무래도 좁다. 트렁크 공간은 깊숙해 보이지만, 부피있는 짐을 싣기엔 아쉬움이 있다. 타고 내릴 때도 차고가 낮아 다소 불편한 부분이 존재한다. 패밀리카 역할을 수행하는 차라기보다는, 1~2인 가족용 및 세컨드카 선택지에 부합해 보인다.
물론 프리우스만의 강력한 무기인 연비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고객들이 프리우스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실 주행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5.1km/L, 하이브리드 모델은 23.2km/L의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각각 복합 기준 공인연비가 19.4km/L, 20.9km/L 임을 감안할 때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확 바뀐 디자인에 만족스러운 달리기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연비 괴물의 면모를 그대로 유지해낸 프리우스의 상품성은 나무랄 게 없는 수준이다. '애차'가 되겠다는 목표가 결코 틀린 말은 아닌 듯 보인다.
고객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작은 차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곤 하지만, 정작 마땅한 선택지를 찾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고객 니즈를 정확히 읽어 낸 프리우스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된다. 4세대의 약세를 딛고 이번 5세대 신차는 확실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