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대두에 K-배터리 “IRA 폐지 가능성 낮다…치명타도 아냐”

재선 도전 美 트럼프, ‘IRA 폐지’ 공약…AMPC 혜택 등 존폐 기로 업계 “보조금 없어도 치명타 아냐…IRA 바로 폐지도 어려울 것” 전문가 “개정은 가능성 있어…측근 소통 등 통상 역량 키워야”

2024-01-10     권현정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SK온·포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내 배터리업계가 ‘트럼프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약처럼 IRA가 전면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지만, 통상 역량 강화 등 준비는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터리업계는 올해 11월 진행될 미국 대선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현 바이든 정부 전기차 정책 폐지를 약속하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때문이다.

IRA는 북미 판매 전기차 대상 보조금 제도다. 북미나 미국 FTA 체결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탑재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보조금을 준다는 점에서 중국 등 비 미국 생산 전기차 부품 및 전기차에 대한 페널티로도 작동하고 있다.

특히, 하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조항이 북미 생산 이차전지 지원을 골자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는 완성차의 현지 생산 부품 수요 대응 및 자사 수익성 증대를 위해 북미 투자에 적극 나서 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배터리 셀 제조사의 영업익에 반영된 AMPC 혜택은 LG에너지솔루션 2155억 원, SK온 2099억 원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155억 원은 당시 영업익(7312억 원)의 약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IRA 폐지 시 국내 배터리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이미 본격화하고 있는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세에 속도를 붙이고, 배터리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단 것.

다만, 업계에서는 IRA가 폐지되고 AMPC 혜택이 사라지더라도 국내 배터리사에 치명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3일 기사에서 팀 부시 UBS 소속 EV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한국 기업은) 인센티브가 2032년까지 무제한 제공될 것이란 걸 기본사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IRA 철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진행했단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IRA가 아예 폐지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달 뉴스레터에서 “미국 일각은 인센티브를 철회하겠다는 발언에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공화당이 투표하는 주들이 (전기차) 투자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 역시 “리스크 가능성이 있다면 대응에 나설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IRA가 바로 폐지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첨언했다.

다만, IRA 폐지 가능성이 낮더라도 불안정한 대외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통상전략을 마련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각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보조금 제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은 IRA 내 해외우려기관(FEOC) 세부조항을 통해 중국 등 우려국 자본을 25% 이상 포함한 합작사 등에서 생산된 부품에 대해선 보조금 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지원 차량은 기존 43종에서 19종으로 줄었고, 국내 배터리사는 중국 합작사의 FEOC 해당 여부를 들여다보는 한편 중국 외 공급망을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함한 탄소배출량 수치(환경점수)를 보조금 지원에 활용한단 내용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내놨다. 멀리 있는 한국 등이 가까이 있는 유럽 등보다 탄소배출 계수가 더 높게 적용되면서 국내 기업에 불리하단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IRA 폐지는 어렵다. 다만, FEOC 조건을 더 강화하는 등 개정 가능성은 높다”며 “개정 시 우리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권) 측근과 관계를 맺는 등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또, 김 교수는 “최근에 IRA가 미국에 생기니까 다른 국가에서도 자국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통상 역량 확보가) 단순히 트럼프 재선의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