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 “不通 경영진 불신 고조…산은이전 미래 금융산업 망칠 수 있어” [풀인터뷰]
김현준 노조위원장 "젊지만 강한 노조 만들 것…산은法 개정 저지 총력" “강석훈 회장, 불통 경영 여전…직원 불만 고조” “이전 반대, 직원 아닌 한국경제 살리기” 읍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 1년, 산업은행노조 투쟁의 역사는 ‘산업은행 부산이전 저지’ 한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산은노조를 이끌고 있는 김현준 노조위원장은 산은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전임 노조와 사측간 극한 대립을 지켜보다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고 위원장 선거에 뛰어든 인물이다. <시사오늘>은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은 부산이전 추진 과정을 전반적으로 되짚어보고 우려섞인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만…소통은 없다
김현준 산은노조 위원장이 위원장 도전에 나선 2022년 연말은 ‘산은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직원들의 동요가 크던 시기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4층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출마 배경에 “(당시는) 내부 직원들이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던 상황이었다”며 “누군가는 강하게 정부 및 사측과 대립을 해야 최소한 나중에 직원들이 산업은행에 대해 실망한 걸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현(現) 산은 노조의 방향성은 선명했다.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쇄신하면서도 할때는 하자"다.
다만 노조의 문제 제기와 별개로 현재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적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단계다. 현재 산은 이전 현실화까지는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산업은행법’ 개정 하나만 남은 상황이다. 산은법 개정이 되면 당장 부산 이전이 돼도 문제가 없다.
김 위원장은 “정치적 논리로 강행되며 일방적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됐다”면서도 “작년 유력했던 산은법 개정을 저지하고 올해도 충분히 법 개정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산은 경영진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노조)는 대화를 원한다”며 “산은 이전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왜 이전 대상지가 부산이 돼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 TF 구성을 사측에 제안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측과의 대화가 어렵고 더 이상 내부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노조 투쟁방향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강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앞 1인 시위, 국민의힘 당사앞 집회 등 산은 이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대외로 투쟁 장소를 옮겼다”면서 “직원 또는 개인이기주의가 아닌 대한민국 경제살리기를 위한 ‘산은 이전 반대’라는 대의를 국민들과 국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 부산 이전, 集積 필요한 금융산업 죽이기”
그렇다면 왜 산은 노조와 일선 직원들은 부산 이전을 반대할까?
김 위원장은 이에대해 산은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직원들 입장에서 ‘부산 이전’이 가져올 한국 금융산업의 쇠퇴 위기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산은의 역할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일반시민들도 부쩍 체감하고 있다.
실제로 <시사오늘>과 인터뷰가 진행된 산은 본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부쩍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채권단 소집이 수시로 이뤄짐에 따라 은행권 실무자와 고위 임원의 방문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태영건설뿐아니라 기업자금 지원을 위해 이같은 만남이 수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만약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된 상태였다면 채권단 긴급 소집이 지금처럼 빠르고 긴박하게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금융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동종산업의 집적이 필요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제조업 위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제조업 말고도 서비스업으로 국가성장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서비스업중에서 적은 인력으로 성장이 가능한 게 금융업이고, 금융업은 집적(集積)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산은 이전은 결국 다른 국책은행(한국은행, 기업은행, 수출은행)의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미래먹거리인 금융산업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면밀히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산은 이전은 경제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내려진 정책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그는 “강석훈 회장은 취임부터 현재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 산은 부산 이전을 해야한다고 말해 왔다”며 “결국, 선거 후보시절에 내놓은 공약이라는 이유로 강행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노조 자료에 따르면 당초 윤석열 대통령가 대선 후보 당시 정식 질의에 대해 답변했을 때 오히려 윤 대통령 측은 국책은행 부산 이전에 부정적이었다.
앞서 금융노조는 당시 윤석열 대선캠프 측에 질의서를 보내 ‘국책은행 서울 유지’를 담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윤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은 ‘동의’한다면서 “국책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은 조직의 효율성 및 고유기능의 저하 등을 감안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다가 2022년 1월 윤 대통령(당시 후보)이 부산 유세 과정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깜짝 공약 형태로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게 됐다. 최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산은 부산이전 추진이 다시금 부산 정계(政界)를 중심으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강석훈 회장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은 노조 한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을 보자면, 산은 부산 이전 정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추진 과정 전반에서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은 계속 든다”면서 “윤 대통령 대선캠프 때 부산지역 이해관계자들이 대선 공약으로 산은 부산 이전을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산은 노조 조진우 부위원장도 “결국 모든 갈등의 원인은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고 정부에서 미리 산은 이전을 던졌기 때문”이라며 “우리경제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절차적 검토가 있었어야 했지만, 일단 던져놓고 ‘세부적인 계획은 그때가서 알아서 해봐’ 이런식으로는 답이 나올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산은법 개정땐 총파업 각오…금융업 살리기 동참을”
김 위원장은 노조 집행부 이전에 영업부에서 일해왔다. 그가 노조위원장이 된 이유는 직원들을 대변하기 위해서지만, 산은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건 한국 금융산업 경제력 저하를 우려해서다.
당장 인력 유출 문제가 현실화됐다.
김 위원장은 “부산이전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직원들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2022년 100명 가까이 퇴사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규모로 퇴사자가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노조에 따르면 예년 퇴사자는 30명 수준인데,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비효율 문제도 거론됐다. 조 부위원장은 “강석훈 회장이 매일 부산가서 하는 얘기가 서울과 부산을 양대축으로 부산 육성을 말씀한다”며 “부산 육성과 산은 이전을 별개로 봐야한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부산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조 부위원장은 “금융산업이 제조업과 가까이 있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산업은 금융산업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업기관이 대부분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부산 이전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향후 활동 방향과 관련해 “산은 부산이전 법안이 만약 통과된다면 미래 금융산업을, 그리고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총파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산은 뿐 아니라 금융노조, 특히 국책은행노조와 연대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국민적 관심도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산은 이전은 결국 비효율을 낳고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밖에 없다”며 “영등포, 그리고 서울시민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 대한민국 금융허브인 서울 여의도, 그리고 금융산업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읍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