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준 “부동산 거품에 자산분배 악화…과거와 다른 새로운 경제위기 온다”

제104회 동반성장포럼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 강연 “부동산 거품 심각…가계 부채·부의 양극화 심화시켜”

2024-01-12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저성장 시대, 부의 양극화와 높아진 부채 등이 새로운 경제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과거 정확한 원인과 ‘쇼크’적 특성을 지녔던 경제위기와 달리 현재 경제위기의 모습은 여러 요인이 복합돼 있어 더욱 심각하게 경제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반성장연구소는 지난 11일 오후 4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2층 마로니에홀에서 제104회 동반성장포럼을 개최했다. 2024년 새해 첫 번째인 이번 포럼에서는 김인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이번 경제위기는 다르다–또 다른 경제위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한국금융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경제에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기적 위기로 국민이 합심해 잘 대처할 수 있었지만, 이번 경제위기의 본질은 지난 5년간 저금리 기조에서 가계, 기업, 정부, 금융기관의 부채가 급증, 과도한 신용팽창으로 우리경제가 장기적으로 취약해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지난 50년간 세계·우리나라 경제위기의 변천을 보면, 오일쇼크와 정치적 격동,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의 쇼크적 특성이 컸다”며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경제 기초 체력 최저의 시기로 전형적인 위기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아 위기에 대한 인지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경제위기의 구조적 문제 원인으로 △과잉부채와 경제 취약성 악화 △저성장과 경제 활력 저하 △양극화와 사회 갈등 심화를 꼽았다. 특히, 구조적 문제 원인 전반에 깔린 심각한 문제로 부동산 거품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과잉부채의 발단은 부동산 거품과 지속된 저금리 기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과잉부채는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거품이 주원인이며, 경제가 취약해졌다는 건 돌발사태가 발생할 때 위기가 증폭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거품이 일어나다 보니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경제 활력의 저하도 문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무역수지 역시 역대 최악 수준이라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앞으로 감소하면서 노동투입 기여도와 자본투입 기여도도 감소할 것”이라며 “산업 투자보다 부동산 투자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게 현실인데, 앞으로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IT, AI, 반도체, 우주항공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 심화도 문제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양극화도 심화시켰다. 지난 5년간 자산과 소득 분배가 악화되면서 양극화가 과거보다 더 심화됐고, 자본소득 증가율이 근로소득 증가율을 초과하면서 자산분배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자산분배 악화는 부동산 거품과 붕괴로부터 촉발됐는데, 장기간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돈이 다량 풀린 게 그 원인”이라며 “대출받아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사람은 혜택을 누리고, 그렇지 못 한 사람은 혜택을 못 보는 이런 현상은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 통합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방향으로, 김 교수는 △금융·재정 정책에서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기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고속 성장이 아닌 2%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