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좋긴 하네”…‘전 점포 역성장’ 갤러리아백화점 가보니 [르포]

‘명품 1번지’ 갤러리아百, 지난해 전 점포서 매출 하락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역대 최대 실적 거두며 대조적

2024-01-16     김나영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경기가 안좋긴 한가 보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들른 한 고객이 한산한 매장들을 둘러보며 작게 속삭였다.

국내 명품브랜드의 메카인 갤러리아 명품관은 본래 평일에도 바쁘게 돌아갈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백화점을 찾은 지난 15일 오후엔 손님이 있는 매장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요즘 매출이 많이 떨어져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매장 관계자들은 “(그래도) 우리는 괜찮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오늘은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지만 주말엔 북새통이긴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보복소비가 폭증했던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변화다. 한 백화점 직원은 “코로나 때는 (손님 수가) 엄청났다”며 “예전에도 평일에는 손님이 많았는데, 고물가 등 경기가 많이 안좋아진 탓인지 지금은 확실히 손님이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초에는 통상 손님이 적은 것 같다”며 “설을 앞둔 2월엔 많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은 지난해 전 점포에서 매출이 역성장했다.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명품보다는 중저가 브랜드가 주목을 받은 영향이 컸다. 하지만, 갤러리아는 VIP 서비스 강화 등 ‘고급화 전략’에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70개 매장 거래액 기준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명품관(-7.0%), 타임월드점(-8.1%), 광교점(-6.5%), 센터시티(-0.9%), 진주점(-4.9%) 등 모든 점포의 매출이 하락했다.

특히 압구정 명품관 실적이 눈길을 끈다. 명품관은 갤러리아 전체 매출 중 큰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지난해 연간 1조14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1조2270억 원) 7% 줄어든 수준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저조한 실적과 관련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등 대체 소비가 증가한 것이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쟁 백화점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성적표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연 3조 원 매출을 기록했고, 부산 센텀시티점은 2조 원을 돌파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 ‘2조 원 점포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으로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백화점 매출에 크게 기여한다는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도 일궈낸 실적인 만큼 업계도 크게 주목했다.

이들의 실적은 2030 세대가 백화점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것이 크게 작용했다. 각 백화점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팝업스토어를 잇따라 열면서 MZ세대의 유입을 크게 늘렸다. 

반면 갤러리아는 타사 백화점들에 비해 적은 점포수와 명품에 치중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갤러리아의 명품 매출 비중은 40%에 달해 주요 백화점 3사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고금리·경기침체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올해 명품 소비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갤러리아는 이러한 상황에도 실적 반등을 위한 움직임은 크게 보이지 않는 상태다. 신사업을 위한 조직개편이나 새로운 백화점을 출점하는 등의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서울 명품관, 수원 광교, 대전 타임월드 등 트로이카 점포를 주축으로 VIP 서비스 강화에 무게를 둘 전략이다. 당장 실적이 안나더라도 백화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지향하는 ‘프리미엄’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여전히 실적에서 중요한 VIP의 신규 유입을 위해 명품 라입업을 늘릴 예정”이라며 “LVMH의 주얼리 브랜드 '레포시'등을 국내 단독 매장으로 오픈하는 등 명품 콘텐츠를 강화해 국내 명품 1호점의 위상을 지킬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타임월드점의 경우 충청권 유일의 롤렉스 매장을 내년 확장 오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젊은 층을 겨냥한 계획도 준비 중이다. 최근 구입한 부지를 2030 세대를 유인할 만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갤러리아는 지난해 4월 명품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신사동 부지와 건물을 895억 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진 않은 상황이다. 막연히 ‘명품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방향성만 잡았다. 갤러리아는 해당 공간을 2026년 선보일 전망이다. 

새로운 공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2년 이상 남은 가운데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 확대’ 전략이 매출 신장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9월 선임된 김영훈 갤러리아백화점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타 백화점들처럼 팝업스토어 진행 등 젊은 층 유입을 늘릴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기존 백화점 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