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주택경기 죽쑤나…해외서 답 찾는 건설사들

지난해 주택시장 실적부진…해외에서 만회한 건설업계 중동은 공공발주덕…美는 국내기업 해외투자 일감 주효 중동발 국제정세 불안·국내 자금 유동성 위기 고려해야

2024-01-22     정승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말레이시아

올해 국내 건설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국내발 부동산PF 위기에 따른 자금 유동성 문제 등 악재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해결하느냐가 해외건설수주의 성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시장은 국내 주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전체 건설경기를 떠받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지난해(1~12월) 해외 건설수주 규모는 전년대비 7.5% 늘어난 333억달러(약 44조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주택시장 수주(1~11월, 12월 미발표) 규모는 50조411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6%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 건설사의 주요 해외 먹거리는 중동과 미국에서 나왔다. 수주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중동에서 전체의 34.3%인 114억3500만달러를 수주했으며 북미지역이 103억1200만달러로 31%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사우디에서 수주량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우디는 전체의 28.5%인 94억9200만달러를 차지했다. 주로 사우디 정부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일감을 따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15일 계약한 자푸라 가스발전소 확장공사와 6월 따낸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가 각각 약 24억달러, 51억달러 규모다.

미국의 경우 계열사에서 일감을 획득한 비중이 높았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에 따라 북미에 공장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가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각각 합작해서 만드는 배터리공장(총 30억달러)과 현대자동차 공장 6억7000억달러가 포함된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올해 사업방향의 키워드로 ‘해외’를 내세우고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해외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0여개 국가를 방문하며 시장을 점검하며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북미지역,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개발사업의 성과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우건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도 지난 2일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소형원전모듈(SMR), 수소 및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요 수주국가인 미국과 사우디에서 일감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시도에 영향을 받는 산업군에서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낸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차전지와 반도체 생산은 미국에서 10%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자동차와 기계부품, 바이오헬스 부문은 5%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는 한국의 전통적인 주요 수주국가로서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가 지난 22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인 저수시설(Water reservoir) 프로젝트의 사전입찰자격 심사(PQ)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코오롱, 두산, 세아STX엔테크가 초청명단에 포함됐다. 또한 완공시 세계 최고 건물이 될 젯다 타워가 오는 2월 말 입찰을 마감하고, 4월까지 입찰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발전소에는 한국전력이 입찰 기업 네 곳 중 하나에 올랐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갈수록 확전 양상을 띠면서 중동 수주와 사업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 뒤 건설업계는 유가 등 원자재 시장이 불안정해지지 않고 주변국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낮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쟁이 가자지구에서 홍해, 이란을 넘어 서아시아 지역인 파키스탄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세가 불안정해졌다. 홍해를 통해 인도양과 지중해 사이를 오가기 어려워지며 해운시장에서 시장 불안이 나타났다.

앞으로 해외 건설수주가 건설사의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국제정세와 자금유동성 관리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중동의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예상돼 긍정적이긴 하지만 국제정세 리스크가 증가하고 국내 부동산PF 문제로 자금 유동성 이슈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해외에서 공격적인 수주를 펼쳐 서둘러 들어갔다가 사업을 물리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해외 수주를 따내기 위해 건설사가 자금을 초기에 대규모로 투입하는 경우가 많아 자금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어 해외 수주활동 시 중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