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에 제약계 ‘새우등’…“매출·신약개발 악영향 불가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면서 집단 행동에 나서자 제약업계가 사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약 처방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과 신약 개발 지연 등의 우려 때문이다. 업계는 파업 초기인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없지만, 걱정 어린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와 의료계 양쪽 모두 팽팽히 맞서고 있어 1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 사태로 제약사의 신약 개발이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제약사들은 병원과 협력해 신약을 개발하곤 하는데, 임상시험의 전 과정이 의사들 참여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임상 연구 중 후보물질에 대한 시험은 물론 전체 과정을 기획, 관리, 평가하는 것까지 모두 의사들의 몫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학교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종합병원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약 500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앞서 ‘빅5’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발표에 반발해 지난 19일 집단 파업·사직에 돌입했다.
주요 제약사들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하는 대상이 전공의, 인턴, 펠로우 정도”라며 “실제 임상을 진행하는 건 교수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는 아직 가늠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교수들이 전공의 일을 대신하고 있어 업무가 상당히 과중하다’고 전해져 임상시험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교수들이 전공의 일을 하느라 임상시험에 쏟을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약 처방 및 투약이 줄어 매출에도 악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빅5’ 병원의 한 의료진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파업 여파로 제약사 매출이 악화되는 건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환자 수가 줄면 약 사용이 감소하니 제약사 매출 타격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수술방의 절반만 연다”면서 “암 환자 등 급한 수술만 진행되고 다른 수술은 다 취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 매출도 확 떨어질 텐데 제약사도 그에 따라 매출이 당연히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료계 파업이 1년 이상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은 제약업계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는 “현재 우리 의료 상황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의대 증원 방침에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혔다.
이에 의료계에선 (파업이) 1년 이상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같은 날 MBC 100분 토론에서 “의협이 2000년 이후 의사 파업으로 정부 정책을 매번 무산시켜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는 이번 파업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