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도전 ‘노브랜드’…실적은 좋은데 투자 매력 있을까

공모가 하단 기준 조달자금 103억 원…조달자금 7할 시설자금에 사용 단기차입금 비중·유동비율 145%…매출채권 회수까지 평균 6개월 소요 공모·무증 후 대주주 지분 약 50%, 경영권 ‘안정’…‘투자매력도는 글쎄’

2024-03-08     박준우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의류

노브랜드가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모 흥행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브랜드는 최근 3년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재무안정성 악화 위험’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추후 증권보고서 기재 정정 등의 문제가 없다면, 올 상반기 상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브랜드의 총 공모주식 수는 120만 주로, 주당 공모 희망가 밴드는 8700~1만1500원이다.

다음 달 30일부터 5월 8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5월 13일~14일 일반청약을 받아 상장할 계획이다.

노브랜드 측은 이번 조달자금을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노브랜드는 해당 운영자금(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 103억 원 중 8억 원)에 ‘채무 상환’ 목적도 함께 기재했다. 공장 증설 과정에서 ‘차입금’을 활용하기보다 조달자금을 쓰겠다는 선택을 한 셈이다. 다만, 채무 상환을 운영자금에 포함시켰다는 데서 상환에 사용될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공장 증설 등에 활용될 시설자금 규모다. 공모자금의 7할 가량을 공장 증설을 위해 사용한다. 노브랜드는 ODM(제조자개발생산)업체로, 거래 기업에서 주문 요청 시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생산 후 납품하는 구조를 지녔다. 판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재고가 적게 쌓인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정 기간 내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량을 확보해야 해 그만한 생산력을 갖춰야 한다. 공모자금 대부분을 생산시설에 쓰려는 건 이 때문이다.

노브랜드는 국내가 아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비교적 임금이 저렴한 지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노브랜드는 미국 법인인 HWI International를 비롯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총 3개 나라에서 6개 법인(공장, 지분율 100%)을 거느리고 있다. 향후 공모자금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나면 수주 물량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는 “제품 디자인 및 자체 개발 원단을 제시하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로서,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커머셜 브랜드까지 폭넓은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상장을 발판으로 삼아 업계 내 확고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재무안정성 악화 가능성 존재…실적은 긍정적


2023년 3분기 기준, 노브랜드의 유동부채를 보면, 단기차입금 비중이 53%다. 1330억 원의 유동부채 중 단기차입금은 709억 원으로, 사채를 포함한 장기차입금(300억 원)보다 2배 이상 많다. 단기차입금 이자율은 대부분 비유동자산인 사채(1~3회차 무보증 사모사채)보다 높다. 현재 단기차입금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329억 원을 한국산업은행(이자율 5.47~6.89%)에서 빌렸다.

유동부채의 절반 이상이 단기차입금으로 채워진 노브랜드로선 차입금 의존도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간 내 빚을 갚을 수 있는 재무구조(현금성자산 등)를 지니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같은 기간 노브랜드의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457억 원(자산총계 대비 16.16%)에 그친다.

단기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 또한 지난해 3분기 기준 145.44%로 평균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동비율이 200% 이상일 경우에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 또 노브랜드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70.00%, 39.20%다. 동종업종 평균 대비 재무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다.

노브랜드가 재무안정성 악화 가능성(위험)을 안고 있는 데는 앞서 말한 사업 구조(주문 후 개발 및 생산)가 한몫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자재 구매 후 종속회사(베트남 등)에서 제품을 생산, 이후 매출채권 회수까지의 기간이 평균 6개월이 소요된다. 현금을 손에 쥐기까지 반년이라는 기간이 걸리다보니 경영자금은 차입금과 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다만, 실적 자체는 긍정적이다. 최근 10년간 코로나로 인해 매출 정체를 겪었던 2020년(영업손실 200억 원)을 제외하면 모두 흑자를 냈다. 특히, 2022년 영업이익은 4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19%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3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미국서 매출 약 80% 발생…경제 이슈·환위험 리스크 존재


노브랜드 매출 대부분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총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8.45%다. 지난 2020년 수출 비중(99.88%)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데서 방향키를 해외로 굳건히 고정하고 있는 셈이다.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현재까지도 노브랜드 측은 해외 파견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노브랜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액 중 77.90%가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 상위 매출처는 Gap, Target, JCPenney, Kohl's, F&F 등 총 4개 기업이다.

전체 매출액 중 이들 기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 전체의 7할을 웃돈다. 나머지 매출액은 16개 기업에서 발생한다. 이는 미국의 경제 이슈나 환율변동에서 자유롭지 못 함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경우긴 하나 정치적인 문제로 국가간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브랜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6.81회의 매출채권 회전율을 기록했다. 이는 동일 업종 평균 대비 떨어지는 수준으로, 미국의 소비 경제가 악화됨에 따라 고객사에서 신규 오더 발주를 감소시킨 탓이다. 이 기간 장부상 매출채권으로 인식한 금액은 837억 원이다.

노브랜드 측은 환율 등 여러 위험성에 대해 “별도 통화선도계약과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며 “의사결정 등을 통해 매출채권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외환 위험을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주주 지분 높아 안정적 경영권 확보…투자매력도는↓


노브랜드는 지난 1994년 출범한 이래 2019년 12월 말께 지배기업이던 노블인더스트리(노브랜드 지분율 54.55%)와의 역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당시 노브랜드와 노블인더스트리의 최대주주가 동일하다는 데 따른 지배구조 건전성을 확립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합병 이후 노브랜드 창업주인 김기홍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2.20%가 됐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으로는 66.72%(김기홍 42.35%, 이선희 11.77%, 김선우 6.30%, 김가빈 6.30%)를 손에 쥐고 있다.

공모 이후에는 신주 발행에 의한 지분 희석으로 김기홍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김기홍 회장은 소액주주 가치 증진 목적으로 보통주 54만230주를 사측에 무상증여하기로 한 상태다. 공모 후 무증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김기홍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손에 쥐게 될 지분율은 50.06%가 된다. 이 대표 지분(0.40%)을 합치면 50.46%다.

의결권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행동주의펀드나 여타 투자사들로부터의 경영권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율이다. 반면, 일반주주 입장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이 높다는 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개인투자자들의 의결권(1주당 1투표권)이 퇴색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최대주주인 김기홍 회장 측은 흥행을 위해 자발적으로 2년 6개월의 보호예수 기간을 추가, 총 5년이라는 기간 주식을 내놓지 않기로 약속했다. 마이다스제2호모투자합자회사, 에프앤에프홀딩스 등 FI(재무적 투자자)인 기존 주주 6인의 지분(공모 후 12.79%)에 대해서는 6개월간 매각이 제한된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185만3221주(22.7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