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시동 거는 배터리 3사…시장 점령 中 대적할 수 있을까? [권현정의 이런E저런E]
한국, ESS 시장 점유율 9%…전년보다 5%p 줄어 3사 LFP 본격화 2026년부터…‘기술력’ 승부도 내수 지원책 나왔지만…“산업 지원 같이 고민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에너지(Energy) 업계 내 ‘이 사람 저 사람’(이런 이 저런 이)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들을 그러모아 한 데 꿰어보려 합니다. 손에 안 잡히는 수치나 전문용어로 가득한 설명문보다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놓쳤던 ESS 시장의 끈을 다시 잡으려 분투하는 모습입니다.
시장 표준으로 자리잡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개발에 늦게나마 나서고 있고, 여전히 부족한 가격 경쟁력은 기술력으로 상쇄한단 전략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정부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ESS 가격을 빠르게 내리고 있는 상황인 데다, ESS 기술 트렌드 역시 이끌고 있는 모습이라 이를 해소할 정책 등에서 고민이 더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글로벌 시장 中 점유율 78% 넘겨…‘가격 덤핑’도, 간극도 지속될 듯
최근 SNE리서치가 내놓은 ‘2023년 글로벌 리튬이온 ESS 판매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9%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도(14%)와 비교해 5%p 줄어든 수치입니다. 한국 기업이 시장 공급의 과반을 차지했던 지난 2018년 전후와 비교하면 뼈아픈 성적입니다.
이 같은 성적 하락의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LFP 중심 중국 배터리 기업의 표준 선점이 꼽힙니다.
SNE리서치의 해당 보고서 기준, 지난해 ESS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5위는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이브(EVE), 랩트(REPT), 하이티움(HITHIUM) 등 모두 중국 기업으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5개 기업의 지난해 출하량은 144GWh(기가와트시), 글로벌 전체 출하량의 78% 수준을 차지했습니다.
업계는 한동안 이러한 점유율 격차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더 강화되는 모습이라섭니다.
글로벌 에너지 자문사 CEA(Clean Energy Associates)는 중국발 미국향 20피트 ESS 직류(DC) 컨테이너의 가격이 2022년 kWh(킬로와트시)당 270달러에서 2023년 말 180달러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중국 기업들이 100달러 미만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단 소식도 들립니다. 삼원계 배터리론 가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의 말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배터리 가격이 중국발 배터리 공급 영향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중국의) 가격 덤핑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더 떨어질 수 있단 거죠.”
2026년 목표로 LFP 개발·투자 ‘ing’…솔루션·기술력 확보도 ‘박차’
국내 기업은 우선, 시장 표준 가격 따라잡기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3사는 오는 2026년을 ESS용 LFP 상업생산의 원년으로 잡고 개발 혹은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SDI와 SK온은 ESS용 LFP를 오는 2026년에 상업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난징공장의 삼원계 라인 일부를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해 생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의 말입니다.
“(LFP 파우치형 셀인) JF1은 올해 1월부터 출하되고 있습니다. (성능이 더 개선된 LFP 셀인) JF2 셀도 앞으로 생산에 나설 예정입니다.”
ESS 시장에서 중국과 함께 상위 두 자리를 점하고 있는 북미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 주에 3조 원을 투자해 16GWh(기가와트시) 규모 ESS용 LFP 공장을 세우는 중입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향후 북미에서 LFP 공장 신설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객 편의성 및 안전성 제고 등 가격 경쟁력 외 역량에서도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최근 인터배터리 2024에서 3사는 △ESS 컨테이너를 완제품 통째로 현장에 옮기는 전력용 ESS 컨테이너 솔루션 △최신 액체냉각 기술이 적용된 ESS 기술 등을 소개했습니다.
LFP 양산까지 ‘시차’ 우려…“내수 지원에 韓 우대 병행 고민해야 유효”
배터리 3사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인지, 최근 굵직한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이름을 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한화에너지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ESS 프로젝트에 4GWh(1조4000억 원) 규모 ESS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완료된 미국 최대 태양광 ESS 프로젝트 애드워드앤산본(E&S)에도 중국 비야디의 배터리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중국 점유율을 국내 기업 편으로 당겨오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거란 관측입니다. LFP 생산을 시작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섭니다. 이미 중국 ESS 배터리가 자리잡은 전력용 ESS 시장 등에서의 점유율 확보도 아직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의 말입니다.
“지금 국내 LFP의 본격적인 생산까지 ‘시차’가 있잖아요. 이 시차에 (기존 국내 기업 파이가) 중국발 ESS에 얼마나 잠식을 당하느냐가 문제인데, 부정적 전망이 있습니다. 또, LFP 배터리를 만든다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중국 대비 얼마나 나오는지는 봐야 하고요.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발전소에 공급되는) 전력용 ESS보단 상업용 ESS에서 기회를 노려봐야 하는 상황인데 ESS 시장 전체를 보면 전력용보단 상업용 비중이 작거든요.”
미국 시장에 주력하는 전략 역시 필요는 하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한 방’은 아니란 평입니다.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의 경우 IRA FEOC(해외우려기관)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EV 시장과 달리) 중국산 제약이 없다”고 짚었습니다.
EV 배터리 시장과 달리 ESS에선 기술력에서도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외신에 따르면, CATL은 최근 미국 퀸브룩에 컨테이너식 ESS 솔루션 에너C플러스(EnerC Plus)를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극한의 날씨를 견딜 수 있게끔 최신 통합 액체 냉각 솔루션이 탑재된 BESS 제어 및 관리시스템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CATL은 지난 EES 유럽 2022에서 액체 냉각 솔루션으로 EES 어워드 2022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중국 기업의 이 같은 빠른 성장의 배경에 정부의 내수 지원이 있단 분석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 ‘신형 에너지 저장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지도의견’과 2022년 ‘제14차 5개년 계획’ 그리고 2023년 관련 지침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ESS 기술력을 높여 관련 장치 원가를 30% 절감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오는 2026년까지 국내 ESS 설치 규모 1.4GW를 확보한단 계획을 지난해 내놓은 바 있습니다. 기술개발 및 안전기준 보완 등 산업 지원책도 내놨습니다.
다만, 내수 지원과 국내 사업 지원을 병행하는 방법 등 더 고민할 부분이 있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주성관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말입니다.
“국내에서 ESS를 보급할 때, (내수 확대를 위해) 제품의 가격 경쟁력만 고려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국내 산업 진흥 측면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단 거죠. 보급 사업에서 국내 기업이 더 참여할 수 있도록 비가격 요소를 평가항목에 넣는다든지요. 이렇게 내수 참여 기회가 늘어나면, 수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기술을 세계 시장에 내놓으려면 트랙 레코드(실증 데이터)가 필요하거든요. (내수에서의 국내 기업 우대로) 파일럿 수준의 기술에 트랙 레코드를 만들 기회를 더 줄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