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한 도시정비 프로세스 깨야 도심개발사업 활성화된다”

국토연 등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 릴레이 세미나’ 자금조달 창구 다양화와 디벨로퍼 역할 강화도 필요 노후계획도시 추진시 기반시설 공공기여 독려해야

2024-03-18     정승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이진

주거, 업무 등 다양한 기능을 한곳에서 충족하는 ‘도시 복합화’ 흐름을 따라가려면 도시복합개발 방식을 기존 정비방식에서 탈피해 토지 소유자와 민간사업자, 공공의 역할이 체계적으로 나뉘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 노후계획도시 정비에서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공공기여를 확대하고 공사비 갈등을 위한 공공역할의 중요성도 지적됐다.

국토연구원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1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지난달에 이어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용도지역제 경직성 탈피 필요…자금조달 창구 다양화해야”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도시공간의 용도가 융복합화되는 현실에 맞게 도시개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주거 기능에 업무와 휴식 기능을 혼용하는 공간 복합화에 관심 많아지는 추세지만 용도지역, 계획, 심의·허가 등이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입지규제최소구역 등 5개의 용도 유연화 제도를 정부가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강력히 추진중인 특별건축구역을 제외하고는 디벨로퍼들이 인허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복합개발사업이 기존 도시정비사업 프로세스에 묶여있어 차별성을 꾀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이 실장은 “도시정비법상 건설사와 주택사업자, 조합, 신탁사 등이 도시개발 주체로 돼있어 개발사가 사업에 참여하는 통로인 리츠가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2월 시행될 예정인 ‘도심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이 최초 발의안과 달리 관리처분계획인가의 예외 범위를 축소해 리츠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8.16 부동산 대책에서 도심복합개발사업이 도입됐지만 개발사업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리츠 운영 절차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도심복합사업은 소유자와 공공, 민간 등 참여주체별 역할을 정립한 뒤 리츠 등이 참여하는 사업구조를 짜야 한다고 이 실장은 제언했다. 이 실장은 “토지 소유자가 현물을 출자해 재원 마련 비용을 절감하고, 민간 참여자들이 대출자가 아닌 투자자로 들어가 적정 수익을 보장받게 하고 공공은 인허가를 위한 적극 행정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디벨로퍼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이 실장은 “개발사업자들이 사업시행자로 전면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실적증명제를 도입해서 요건을 갖추고 사업 수행능력이 검증된 사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방식의 다양화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 부동산 개발회사 ‘모리빌딩’을 사례로 들어 “모리빌딩은 순수 자금지원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부를 받는 흐름을 두고 정책자금을 들여오고 다양한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며 “시행사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금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들어오게 장려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반시설, 노후도시 공공기여 반영해야”…“건설자재 협의체 필요”


김중은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정비연구센터장은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가 특별법에 따라 광역 범위에서 신속하게 도시 정비를 꾀하는 만큼 도시기반시설 용량 부족 대책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노후계획도시는 중·고밀 공동주택단지가 대규모로 밀집해 있기 때문에 용적률을 완화하면 기반시설 부족이 우려된다”며 “기준용적률을 넘겨 건축하기 위한 현행 공공기여제도에는 기반시설 기부채납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후계획도시의 (적정 개발밀도로 설정한) 기준용적률을 초과하는 경우 공공기여를 할증 부과하고 인센티브 용적률을 낮게 부여하되 노후도시 기반시설 용량을 추가로 확보하면 이를 완화 조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2025년까지 건설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3년 착공이 지난 10년 평균의 60%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수주와 허가, 착공, 분양 등 건설산업 선행지표의 부진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 하락, 부동산PF 리스크 감소, 공사비 상승세 완화, 주택공급 확대 정책 안착 등으로 낙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이에따라 공공부문의 역할이 건설경기 활성화에서 중요하다고 박 실장은 강조했다. 박 실장은 “올해 정부가 14조원으로 목표를 둔 SOC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고 LH 공공주택 물량을 확대해 발표하면 경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본PF 전환이 어려운 사업장을 선별적으로 정리하되 손실 규모를 축소하는 노력을 공공이 돕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PF 이외의 자금조달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구

자재비 안정화 면에서도 공공이 나서 자재비를 예측할 수 있는 ‘건설자재 수급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박 실장은 제언했다. 박 실장은 “건설산업 내 또는 산업 간 자재비를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고 입법 등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을 줄이는 노력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