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승리’ KT&G 방경만號…“‘TOP’ 전략으로 글로벌 톱 티어 도약”
행동주의펀드 공세 방어…“글로벌 톱 티어 기업 도약” 기업은행 측 사외이사, 득표 2위로 이사회 입성 성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방경만 KT&G 신임 사장이 진통 끝에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KT&G는 행동주의펀드의 공세 속에서도 사장 선임이 확정되면서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이어가게 됐지다. 하만, 기업은행 측 사외이사도 이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개최된 KT&G 제3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방경만 KT&G 사장은 주주청구에 따라 소수 주주권 보호를 위해 대표이사 사장 선임 안건을 다른 이사 선임 안건과 통합해 진행한 집중투표에서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로 최다 득표를 기록하며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방 사장의 선임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을 비롯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까지 선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공세에 시달렸다.
앞서 ISS는 방 사장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하면서, FCP의 손을 들어줬다. ISS는 “겉으로 보기에는 KT&G가 공정하고 투명한 CEO 선출 절차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비현실적이며 이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경영 성과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임원을 사장 후보로 임명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KT&G는 이에 “ISS와 FCP의 공모 가능성을 제기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 사장의 선임은 예상된 결론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낙마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도입하기로 한 ‘통합집중투표제’가 그 배경 중 하나다. 통합집중투표제는 사내이사,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주주들은 1주당 2표를 행사할 수 있다. 지지하는 후보 1명에게 2표를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KT&G 주총에선 사내이사 후보인 방 사장을 비롯해 기업은행과 KT&G 이사회가 각각 1명씩 추천한 사외이사 등 총 3명이 이사 후보였다. 이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2위가 이사로 선출되는 식이다. KT&G 이사회는 방 사장·임민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으며, 기업은행은 이에 반대하며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방 사장이 1위로 표 대결에서 승리했지만,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위로 KT&G 이사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절반의 승리’인 셈이다. 손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를 받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앞서 ISS는 손 후보를 두고 “판사·법률 전문가로서의 손 후보의 이력은 KT&G의 거버넌스 관련 사안을 평가하는 데 적합할 것”이라며 “손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KT&G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T&G 측은 “새롭게 구성되는 차기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T&G는 백복인 전 사장이 물러나고 9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됐다. 방 사장은 ‘글로벌 톱 티어’로의 도약을 위한 차기 경영전략으로 ‘T·O·P’(Trust, Origin, Professional)를 제시했다.
‘T·O·P’는 적극적 소통으로 이해관계자 신뢰(Trust)를 제고하고, ‘퍼스트 무버’(First-Mover)로서 근원적(Origin) 경쟁력을 확보하며, 성과와 성장을 위해 글로벌 전문성(Professional)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방 사장은 이와 더불어 숱한 위기를 돌파하며 성장해온 ‘KT&G 성공의 역사’를 기반으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거듭, KT&G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구성원들에게 당부했다.
방 사장은 “회사를 위해 CEO로서 헌신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준 주주들과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KT&G는 3대 핵심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성장의 과실을 공유함으로써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단단한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