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KH건설, 주주 반발에도 무상감자 단행…왜?

보통주 8대 1 비율 무상감자…190억538만 주→23억7567만 주로 줄어 거래정지로 주주 불만 확산 속 감자까지…자본잠식 아닌 상황서 ‘의아’ KH건설 “감자는 결손금보전 위한 것…그 외 다른 목적 없어” 선 그어

2024-04-17     박준우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KH건설

KH건설이 무상감자를 마무리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다만, 상폐 위기에 처해 주주들의 불만이 큰 가운데 감자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아함을 자아낸다. 더욱이 KH건설은 자본잠식까진 아닌 상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H건설은 전날 기명식 보통주 8주를 동일 액면가의 기명식 보통주 1주로 무상병합하는 감자(감자비율 87.50%)를 완료했다. 이번 감자로 인해 이날 기준 주식 수는 기존 190억538만 주에서 23억7567만 주가 됐으며, 자본금은 237억5673만 원으로 줄었다.

KH건설 측은 감자에 대해 “결손금을 보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감자는 자본잠식이 발생하거나 누적된 결손금이 자본잠식을 발생시킬 수준일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다. 감자비율에 따라 자본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자본총계는 그대로인데,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형식적 감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KH건설은 자본잠식 상태가 아님에도 감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KH건설은 이익잉여금을 모조리 까먹은 상태다. 지난 2020년부터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돼 결손금(85억7226만 원)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971억 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14.99% 증가한 액수다.

결손금이 쌓였다고는 하나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 2023년 말 기준 KH건설의 자본금은 176억5098만 원, 자본은 1237억2882만 원으로, 자본잠식률은 -600.97%다. 자본잠식률은 마이너스일 때 건전하다고 평가된다.

무상감자는 회계상 주식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주가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주주들 입장에서 악재로 인식된다. 더욱이 KH건설은 지난해 4월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 답변을 받아 상폐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가득한 상태다.

상폐 위기에 봉착한 KH건설이 자본잠식 또는 자본잠식을 걱정할 수준이 아님에도 주주들의 불만을 키워가면서까지 무상감자를 단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이번 무상감자가 추후 KH건설이 자금조달을 위한 메자닌 채권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상 유증 등을 위한 신주 발행 시 액면가 이하로는 발행할 수 없다. KH건설의 주식 액면가는 100원이지만, 지난해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던 주식 가격은 319원이다. 액면가와 거래가의 차이가 불과 219원이기에 제3자 입장에서 KH건설의 사채는 메리트가 없는 셈이다. 감자 이후 주가 하락의 가능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론상으론 액면가를 유지한 채 1주가 8주 몫을 하게 된다.

나아가 무상감자는 사측 입장에서 경영권 매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채를 취득한 뒤 주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제3자가 대주주 자리에 올라서는 방식은 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건전한 재무구조는 대주주 등 기업 인수자를 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인수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결손금이 쌓여있는 기업보다 잉여금이 풍부한 기업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KH건설 측은 무상감자와 관련해 결손금 보전 외 다른 목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무상감자는 오로지 결손금 보전을 위한 것”이라며 “경영권 매각 등의 목적은 전혀 아니라”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