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vs 일반주주 대결 장기화…어피너티, 락앤락 공개매수 2차 도전

이달 16일~6월 5일 2차 공개매수 진행…16일 기준 지분율 85.45% 락앤락 주가 2017년 이후 하락세…최고점 3만1965원·매수가 8750원 어피너티, 2017년 말 6300억 원…투입 투자 원금 약 1000억 원 회수

2024-05-20     박준우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락앤락

공개매수를 통해 락앤락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던 어피너티웨커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의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30%의 지분율을 확보해 상폐 요건(95%)을 달성하려 했지만, 일부 일반주주들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진 2차 공개매수에서도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 할 경우 엑시트를 위한 기간이 길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최근 어피너티는 락앤락 주식(14.53%)을 확보하기 위한 2차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매수가는 1차 때와 같은 8750원이다. 1차 공개매수 직후인 지난 16일 기준 어피너티의 락앤락 지분율은 85.45%(3702만447주)다.

어피너티 측이 밝힌 공개매수 목적은 상장폐지다. 회사 측은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락앤락의 자사주를 제외한 잔여주식 전부를 취득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어피너티는 락앤락 보통주 1314만112주(30.33%)를 취득하기 위해 지난 4월 1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약 한 달간 공개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일반주주들 모두가 참여하진 않았고, 그 결과 목표치의 52%인 684만6487주를 취득하는 데 그쳤다.

일반주주들이 1차 공개매수에 적극 응하지 않은 이유는 어피너티 측의 매수가가 이들의 기대치보다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주가가 하락세를 타던 와중에 진행되는 상폐 목적의 공개매수다 보니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에 산 주주들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지난 2010년 1월 1만570원의 공모가로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한 락앤락은 같은 해 말 주가가 4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내리막을 걸었다. 그렇게 1만 원대까지 떨어지던 주가가 반등, 2017년 12월 3만1965원을 터치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를 탔다. 1차 공개매수가 진행되기 직전일인 지난 4월 15일 종가 기준 락앤락 주가는 7190원이다.

어피너티가 1차 공개매수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 한 터라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2차 공개매수로 향한다. 만약 어피너티 측이 2차 공개매수에서도 상폐를 위한 조건(지분율 95% 이상)을 달성하지 못 할 경우 락앤락은 비상장사로 전환되지 못 하고, 유가증권 시장에 그대로 남게 된다.

어피너티가 주주들 불만에도 불구하고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선 건 락앤락의 실적과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락앤락의 실적은 2021년 대폭 쪼그라들더니 2023년에는 적자전환하기에 이른다.

향후 락앤락이 상폐될 시 어피너티는 각종 공시 등 상장사가 지켜야 할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올라간 지분율만큼 자산 매각 등이 보다 자유로워지며, 배당금도 온전히 챙길 수 있다. 어피너티가 2017년 12월 김준일 창업주로부터 락앤락 지분 약 63%(3503만1357주)를 사들이는 데 들인 비용은 6293억 원이다.

앞서 어피너티는 지난해 말 임시주총을 열고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 결과 2022년 말 기준 1582억 원이던 락앤락의 이익잉여금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451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3148억 원이던 자본잉여금은 223억 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980억 원 규모(보통배당 830억 원, 결산배당 150억 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던 중 갑작스러운 배당이었다. 특히 2022년은 락앤락 실적이 쪼그라들던 시기다. 2023년 10월에는 687만4033주에 대해 유상감자(13.69%, 1주당 5819원)를 실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배당과 감자를 통해 어피너티 측이 회수한 투자금은 약 1000억 원이다. 아직 회수해야 할 투자 원금만 약 5300억 원 남았다.

한편, 일반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사이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이달 1일 어피너티 앞에서 진행된 결의대회를 통해 “사모펀드(어피너티)는 돈 놓고 돈 먹는 자본주의 최고봉이다. 사모펀드가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영역까지 손을 뻗치고 배당금을 받아서 달아나려고만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