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된 ‘셀프 백드롭’…공항 여행객은 얼마나 적응했을까? [르포]
셀프 백드롭, 카운터와 비교해 기다리는 시간↓…“확실히 줄이 짧아” “셀프 백드롭 안내 직원이 있었기에 이용했다”…“아직까진 어려워” 인천 2터미널 4단계 확장에…“추가로 56대 외산 장비 설치될 예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공항 체크인 시 여행객이 직접 수하물을 보내는 ‘셀프 백드롭’(자동 수하물 위탁 기기)이 도입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2015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필두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이용객에게 얼마나 친숙한 존재로 자리잡았을까.
지난달 말 기자가 직접 인천공항 1터미널과 2터미널을 방문해 본 결과, ‘셀프 백드롭’ 창구에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셀프 백드롭 도입 항공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KLM·에어프랑스·제주항공·에어서울·진에어·티웨이항공으로 총 8개 항공사이다.
셀프 백드롭은 전자 항공권(e티켓)을 소지한 탑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항공사 직원을 통하지 않고 수하물을 직접 위탁하는 자동화 기기로, 공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셀프 백드롭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기 줄이 항공사 직원을 통해 수하물을 위탁하는 대기 줄보다 확연히 짧았다.
이날 셀프 백드롭을 통해 짐을 부친 30대 A 씨는 “카운터 대기 줄과 차이가 심하다”면서 “다음 여행에도 서비스(셀프 백드롭)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셀프 백드롭을 처음 이용해 본 50대 B 씨는 “(셀프 백드롭을) 혼자 한다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며 “(셀프 백드롭) 기기마다 직원이 한 명씩 설명해 줘서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어 “(셀프 백드롭 대기) 줄이 짧아서 비행기 탑승 때까지 시간이 오히려 남았다”며 웃었다.
공항에는 셀프 백드롭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이 겪을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셀프 백드롭 기기마다 직원이 배치돼 이용객들에게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는 셀프 백드롭 서비스를 안내해 주는 직원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객 응대로 인해 인터뷰가 불가능했다.
60대 부부 C 씨와 D 씨는 “요즘엔 기계로 안 하는 곳이 없다”면서 “(셀프 백드롭을) 혼자하기엔 어려울 것 같지만 직원이 도와줘 짐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한항공 셀프 백드롭 서비스는 9년 전 도입됐으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잠시 중단된 이후 2022년 6월부터 재개됐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셀프 백드롭이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141만 팔로워를 가진 ‘여행에 미치다’에서 셀프 백드롭의 서비스를 게시해 화제가 됐으며, 인천공항 출국 과정을 담은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도 ‘셀프 백드롭’ 설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여행객들에게 셀프 백드롭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용물·무게·규격 등 제한이 많은 수하물이 ‘셀프서비스’로 처리된다는 점에서다. 다만 유아 동반·연결편이 있는 승객·초과수하물 요금이 발생하는 승객은 셀프 백드롭 이용에 제한이 있다.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보낸 30대 E 씨는 “아이가 있어서 셀프 백드롭을 생각하지 못 했다”며 “하지만 (셀프 백드롭)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아직은 카운터가 편하다”고 말했다.
이용에 제한이 있는 승객뿐만 아니라, 일반 승객 중에서도 셀프 백드롭 이용을 꺼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보낸 20대 F 씨는 “공항에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신기한 마음에 한 번은 이용해 보고 싶지만, 직원이 직접 짐을 보내줘야 맘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있는 키오스크와 같은 개념인데, 다르게 느껴지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하물이라 더 예민해진다”고 답했다. 이어 “음식점과 카페에서도 키오스크가 복잡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어쩔 수 없는 경우엔 셀프 백드롭을 이용하겠지만, 지금은 카운터가 편하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셀프 백드롭 이용을 권장하는 추세”라며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익숙해진다면 이용객들이 더욱 편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셀프 백드롭 단말 교체를 진행 중이다. 올 7월까지 외국 제조 단말기를 국내 제조 단말기로 바꾼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셀프 백드롭 국산화 기기 설치 후에는 인천공항 1터미널이 기존 42대에서 50대로, 2터미널은 기존 34대에서 32대로 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터미널의 4단계 확장 지역 내에는 추가로 56대 외산 장비가 설치될 것”이라며 “4단계 확장 이후에는 1터미널 50대, 2터미널 88대로 총 138대가 운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