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공시 ‘코앞’…석유화학 대응 ‘속도’

EU, 온실가스 배출량에 공급망 배출 ‘포함’ 공시 의무화 미국·한국 등 자율 맡겼지만…“자발적 공시 늘어날 듯” 韓 석화도 스코프 3 발표…“제도 뒷받침 필요” 목소리도

2024-07-10     권현정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금호석화

국제사회가 산업계에 직접 배출뿐 아니라 공급망 내 배출까지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석유화학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 협력사의 대응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배출량 산정 방식도 표준화되기 전인 만큼, 국제 수요를 충족하는 수준의 배출량 공시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U, 스코프 3 공시 주도…미국·한국 등 아직이지만 기업 대응은 불가피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계 전반에 ‘스코프 3’ 공시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온실가스 총 배출량 중 스코프 1, 2 대비 스코프 3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스코프는 국제 규약인 GHG(GreenHouse Gas) 프로토콜이 정한 온실가스 산출 방식이다. 스코프 1, 2에선 기업의 직접배출량, 스코프 3에선 공급망 및 투자부문 배출량을 측정한다.

공급망 전체 배출량을 더한 수치인 만큼, 총 배출량 대비 스코프 3의 비중은 다수 산업에서 절반이 넘는다. 특히, 자동차와 정유 등의 산업군에서는 총 배출량 중 90% 안팎이 스코프 3 차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스코프 1, 2를 넘어 스코프 3까지 공시를 의무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 CSRD를 통해 올해 일부 대기업에 대해 스코프 3까지 공시를 의무화했다. 2028년엔 전체 기업으로까지 적용을 확대한단 계획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국제 사회가 채택할 수 있는 배출량 공시 가이드 IFRS S1, S2를 정하고 있는데, 해당 가이드는 오는 2026년부터 기업들이 스코프 3를 공시하라고 정한다.

최근 미국 SEC 규칙(Rule) 최종안, 우리 정부의 ESG 공시 기준 초안 등 스코프 3 공시를 기업 자율에 맡기는 규제도 관측되지만, 속도의 차이일 뿐 추세가 달라지진 않을 거란 게 업계 판단이다. 실제로 미국은 스코프 3 공시를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27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한다.

손서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SEC에서 스코프 3 공시를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韓 석유화학도 스코프 3 준비…“중소 협력사 지원·표준화 등 제도 뒷받침 필요”


스코프 3 비중이 과반인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스코프 3 대응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 3사의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 성과 데이터 등에 따르면, 3사는 모두 스코프 3를 집계 및 공개하고 있다. 또, 매년 GHG 프로토콜 가이드를 기준으로 산정 방법을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LG화학의 경우, 스코프 3에 해당하는 항목은 2019년 기준 4개(△폐수배출 △폐기물 처리 △용수사용 △임직원 출장)에서 2023년엔 8개로 확대했다. 산정 방법도 고도화했다.

공급망 내 더 많은 배출량을 포섭하면서, 스코프 3는 2022년 대비 2023년 8배 가량 늘어났다. 총 1147만1953tCO2e(이산화탄소상당량 톤, 이하 톤) 수준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집계 항목 확대 및 산정 방법 고도화로 지난해 스코프 3 배출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총 1158만7948톤으로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새롭게 도입한 산정 기준을 소급적용, 지난해 배출량을 재측정했다. 그 결과 2022년 배출량에 대한 2022년 측정량은 351만8491톤, 2023년 측정량은 577만9332톤으로 집계됐다. 올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약 64% 더 늘어난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스코프 3 산정 항목 중 3개 항목에 대해 제3자 검증을 진행하는 등 조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인단 계획이다.

다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LG화학은 오는 2026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을 기준으로 스코프 3 배출량을 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은 국내 사업장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스코프 3 배출량 총량은 기재하고 있지만, 항목별 배출량은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정 방식 등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목별 공시까지는 부담이 있단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GHG 프로토콜 가이드에 따라 카테고리별 측정 및 산정은 하고 있지만, 아직 검토할 부분이 많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과제 해소를 위해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코프 3는 협력사 등 밸류체인 내 기업들이 모두 일정한 배출 측정 역량을 갖춰야 산정이 가능한데, 이는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단 설명이다. 측정 방식의 표준화도 큰 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측정 역량을 모든 기업들이 동일하게 갖추고 있는 상황이 아니고, 측정 데이터가 기업마다 달라서 표준화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가 전반적으로 체계가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