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철 교수 “초저출생 위기, 과도한 경쟁사회 탓…해법은 결국 ‘희망’”
2070년 국내 인구 3700만까지 감소…“국가 성장 엔진 꺼트릴 것” ‘실질적’ 정책 마련 필요…“개인 차원 가족가치 제고 노력도 절실” “출생률 높이는 데 목표 두기보단 청년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대한민국이 소멸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2013년 44만 명과 비교하면 최근 10년 사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이에따라 수도권과 지역 인구 불균형도 심화되면서 지방소멸위험지역이 57%에 이르렀다. 현 출생률 추이가 지속될 경우, 한 세대(30년)가 지날 때마다 출생아 수는 23만 명에서 10만 명, 4만 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초저출생’ 위기는 무엇보다 ‘과도한 경쟁사회’ 때문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효과가 미미한 기존 출산 장려 정책은 대대적으로 손보고 청년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110회 동반성정포럼에서 홍 교수는 ‘저출생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홍 교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인구 추이가 대한민국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문제로 떠올랐다며 “2070년엔 인구 수가 1980년대 수준인 3700만 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더 낮아진 출산율을 반영하면 인구 감소는 추정치보다 더 빠를 것이라 예상했다.
홍 교수는 단순히 인구 수가 줄어드는 것보다 인구 연령 분포가 급격히 바뀌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봤다. 학령인구, 군병력이 급격히 감소해 사회 기반을 무너뜨리고 국가 성장 엔진을 꺼트릴 거란 분석이다.
그는 “올해가 지나면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엔 고령인구 비중이 40%에 도달한다. 2054년엔 생산가능인구가 51%로 감소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노년 부양비도 급증해 향후 10년 동안 노인 돌봄 지출에 대한 생산연령 인구의 부담은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초저출생 위기가 도래한 이유로는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꼽았다.
홍 교수는 “우리는 단 30년, 짧은 기간 만에 산업화에 성공했다”며 “높은 교육열, 비교문화, 수도권 집중 등 과도한 경쟁의 결과”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산업화 시기엔 그게 장점이었지만, 산업화 이후로는 오히려 부작용이 돼 결혼과 출산에서 비용 상승을 초래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이에 대응하는 정책은 산업화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이후 18년간 380조 원을 저출생 대응으로 지출했다”면서 “일부 자원은 저출생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허구적 정책에 쓰이고 정작 꼭 필요한 정책에선 예산이 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주거 지원 등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저출생 대응 예산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청년 일자리나 여성 일자리, 주거, 사회문화 전반 등 저출생 대응과 직접적인 관련이 낮고 효과성이 없는 대책만 쏟아냈단 것이다.
그는 “돌봄·교육 등 서비스 지원, 일·가정 양립 등 시간 지원, 양육비용 지원 등 실질적인 저출생 대응 예산은 2016년 이후로 정체 상태”라며 “꼭 필요한 정책엔 과감한 투자를 못 하고 허구적 정책이 늘어난 게 문제”라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육아휴직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이는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현금 지원 정책을 생애주기 필요에 맞춰 효과성을 검증하면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론 인구 감소 현상에 적응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단기간 내 인구 감소는 막기 어렵다며 “적극적 이민 정책을 확대하고 노동력 유지를 위해 여성, 고령, 이민자 등 유휴 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결국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회 모두가 출생률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기보단 청년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단 것이다.
홍 교수는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결혼과 출산을 유인해야 한다”면서 “국가 소멸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막기 위해 출생률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는 결코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가족가치에 대한 인식은 기업과 사회 전반의 변화가 있어야 점진적으로 바뀐다. 미디어는 가족가치 전파 캠페인에 나서야 하고, 기업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