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최장기 동결 기록…高금리 곡소리에도 못내리는 까닭
13회 연속 동결…19개월째 3.50% 유지 고금리 장기화…취약차주 이자부담 여전 주택가격 상승에 발목…금융안정에 무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13회 연속 금리 동결, 최장기 동결 기록을 세우게 됐다. 개월수로는 19개월로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고(高)금리 상황에 경제성장 둔화는 물론 서민경제 어려움도 당분간 더 계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어느정도 안정화돼 금리 인하 검토를 시작할 기반이 마련됐지만 부동산 등 금융안정성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물가는 기조적인 둔화흐름을 지속했다. 7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6% 높아졌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2.2% 수준을 유지했다. 단기 인플레이션율도 2%대 후반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추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안정 지표인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에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먼저 주택가격은 수도권에서 거래량이 늘어면서 상승폭이 확대됐고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진 가운데 성장세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흐름을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동결 배경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워드 가이던스(3개월)와 관련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4명은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 나머지 2명은 3.50%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을 각각 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