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변경에…저축은행 신용등급 ‘빨간불’

24일 한국거래소서 한국기업평가 세미나 개최 저축은행, 타업권 대비 부동산PF 위험노출액↑ 금융당국 ‘옥석 가리기’ 단행…평가기준 세분화

2024-09-24     우한나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24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변경에 따라 저축은행 전반이 신용도 하방압력에 노출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저축은행업계의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기업평가는 24일 KRX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미나를 통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변경에 따른 저축은행 신용도 점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한기평은 저축은행업계의 브릿지론 비중이 높고 사업규모 및 지역·용도별 구성 등 질적 특성이 다른 업권보다 미흡해 부동산PF 리스크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부동산PF 재평가 영향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5월 부동산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을 강화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옥석을 가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높은 PF 사업장에는 원활한 자금 공급이 이뤄지게 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정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평가기준 개선을 위해 먼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이 세분화됐다.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변경하면서 유의 또는 부실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정리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낸 것이다. 기존에 인허가율, 분양률 등이 저조해 보통(요주의)으로 분류되던 자산 중 저조한 지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유의로 분류돼 고정이하에 포함될 위험이 커졌다. 또한 이미 고정이하로 분류되던 악화우려 사업장 중 사업추진이 곤란한 사업장을 부실우려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회수의문(75%)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문제는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로 저축은행 재무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기평은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총자산에서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높은 편”이라며 “PF 익스포저 대규모 부실 발생시 수익성, 건전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 업권은 총자산 대비 PF 익스포저 비중이 10% 미만이지만 저축은행은 14%로 높게 집계됐다. 또한 부동산PF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PF를 제외하고도 상당 부분이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로 구성돼 있어 부동산 경기가 변동함에 따라 주요 재무지표들이 크게 변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업계 실적은 작년부터 악화하기 시작해 PF 사업성 재평가가 시행된 올해 상반기에 저하폭이 더욱 커졌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2021년 적자를 기록한 회사는 2개뿐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42개로 크게 늘었다.

건전성 지표 변화도 두드러졌다. 고정이하 10% 이상인 저축은행은 2021년 말 3개사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 말 62개사로 늘었고,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 역시 대부분 회사에서 100% 미만을 기록했다.

송미정 금융1실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업계의 전반적인 등급 하방압력이 높아진 상태”라며 “PF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되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