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재확인’…국내 반도체 산업, 청신호 켜졌다

마이크론 호실적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 회복세 AI 산업 성장,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탄력 제공 삼성전자, 엔비디아의 퀄리티 테스트 통과 관건 SK하이닉스, HBM3E 12단 제품 가장 먼저 양산

2024-09-30     강수연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한국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이번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AI 수요가 재확인된 덕분이다. 윈도우 10 서비스 종료로 인한 기업용 PC 교체 수요와 일반 서버 교체 주기가 도래하는 점도 시장 회복 기대감을 모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증가가 유력해졌단 평가다.

30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예상치는 매출 81조4495억 원, 영업이익 11조2313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매출은 20.8%, 영업익은 361.5% 증가한 수치다. 이중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만 5조 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또한 3분기 실적 증가가 점쳐진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매출액이 99.4% 늘어난 18조793억 원을,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6조845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앞선 ‘반도체 겨울론’은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미국發 마이크론의 호실적 발표도 이에 한 몫했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매출 77억5000만 달러(약 10조 원)와 영업이익 17억5000만 달러(약 2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매출 76억6000만 달러, 영업이익 16억1000만 달러를 모두 뛰어넘는 수치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윈도우 10 서비스 종료로 인한 기업용 PC 교체 수요와 일반 서버 교체 주기가 도래하는 점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윈도우 10의 기술 지원이 오는 2025년 10월에 종료될 예정인 만큼,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신규 PC로 전환할 것으로 보여서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추가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핑크빛 전망만은 아니다. 한국은행 역시 주력산업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한국은행 측은 “2024년 2분기 중 수출이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3분기에도 AI 서버 투자 확대로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범용 반도체 수요도 개선되면서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024년 1분기 50.7%에서 2분기 53.5%로 확대되며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3분기 반도체 수출은 AI 산업 성장에 따른 고성능·저전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투자 확대와 범용 반도체 수요 개선으로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AI 서버 투자와 AI 엣지 디바이스 신제품 출시로 인해 D램 탑재량이 증가할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AI 엣지 디바이스는 온디바이스 AI와 달리 센서, 카메라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로 전송해 AI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높아지고 있는 AI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춘 12단 신제품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우려도 존재한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이 늘어나면서 범용 반도체 생산 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HBM은 일반 D램에 비해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더 소요되며, 웨이퍼당 생산량이 적다. 따라서 팹 가동률이 상승하더라도 전체 반도체 생산량의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의 경우엔 엔비디아의 퀄리티 테스트를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테스트 통과가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수익성이 낮은 일반 D램 매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퀄리티 테스트 통과 여부는 삼성전자의 수익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만약 테스트가 지연되거나 실패한다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늦어져 일반 D램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체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