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소재 주춤’ SKC, 유리기판 사업에 ‘기대’ [부진돌파 석화③]

사업 투자 줄이는데 반도체용 유리 기판 ‘2공장 고민’ ‘사활 건’ 배경에 동박 부진…‘블루오션’ 선점 기대도

2024-10-22     권현정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3년 째에 들어선 모습이다. 중국 발 공급 부담은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황 반등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을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유효한 신시장 발굴이 실적 개선의 ‘열쇠’가 될 거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신사업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SKC

SKC가 반도체용 유리 기판 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전지 소재 사업의 부진을 만회해줄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해져서다.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잡을 ‘타이밍’이란 점도 큰 이유로 꼽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반도체용 유리 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의 미국 조지아 2공장 추진을 논의 중이다. 지난 2월 준공된 1공장의 운영 데이터를 모아 2공장 투자에 나서겠단 것.

지난 2월 준공된 1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1만2000㎡ 수준이다. 2공장이 건설된다면, 생산능력은 7만200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SKC의 투자는 시장으로부터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SKC가 재무 건전성 확보에 집중하는 어려운 상황에서의 투자이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SKC의 부채비율은 185.7%를 기록했다. 작년 말 178.6% 대비 7.1%p(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적자를 지속했다.

이에 따라 SKC는 비주력사업 매각, 사업 효율화 등과 함께 투자는 줄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SKC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자금을 활용함에 있어서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보다는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의 부채 규모 감축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투자 계획도 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당사 목표가 내부 재무건전성을 최대한 올리는 것인 만큼, 당초 투자 계획을 그대로 이행하기 보다는 유동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KC가 어려움 속에서도 유리 기판 추가 투자를 시사한 배경으론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 필요성이 꼽힌다.

그간 SKC는 동박사업을 주요 신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집중해왔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020년 인수를 통해 출범 후 캐파를 지속 늘려왔다. △정읍 5, 6공장 △말레이시아 1공장 등신·증설을 통해서다.

다만 지난해부터 전방 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부진으로 밸류체인 전반의 수요가 줄었고, 그간의 투자 역시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SK넥실리스 고객사 동박 수요는 연초 대비 30%, 약 10만 톤이 감소했다. SK넥실리스 전지박(동박) 공장 가동률은 지난 2분기 34.5%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내년 가동 예정이었던 폴란드 공장, 올해 하반기 가동 예정이었던 말레이시아 공장 모두 가동이 계획보다 지연될 전망이다.

동박과 달리, 유리 기판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유리 기판은 기존 반도체용 기판 대비 높은 열 안전성, 낮은 전력소모량 등 강점을 가진다. 인공지능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기술이 까다로워,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앱솔릭스의 조지아 1공장은 오는 2025년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엔 유리 기판 업계 최초로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7500만 달러 수준 투자도 확정됐다.

모기업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SK그룹은 최근 AI에 사업 역량을 집중 중이다. 그룹사 내 SK하이닉스 역시 주요 고객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매출 기여가 본격 발생하면, SKC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앱솔릭스 라인투어 후기에서 “상당 수 공정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유리 기판 시장 내 선도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한편, SKC는 내년부터 자회사 SK리비오를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도 본격화한다. SK리비오는 오는 2025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베트남 생분해 소재 공장을 추진 중이다. 생산능력은 연산 약 7만 톤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