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리더는 정확한 방향 설정과 책임 감당해야” [북악포럼]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61) 김부겸 前 국무총리 “공무원이 특정 정권에 영혼 팔아선 안돼” “K-코로나 방역, 좋은 정치와 행정의 모델”

2024-10-23     이윤혁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김부겸

범야권의 유력 대권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훌륭한 정치, 유능한 행정’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지난 20~30년간은 작은정부가 유행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시민들이 국가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며 정치와 행정이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파했다. 

우선 김 전 총리는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언급하며 훌륭한 정치와 유능한 행정에 대해 전했다.  

“공동체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어가고자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서로 안타깝거나 서운하지 않게 하는, 즉 잘 나눠 먹는 과정입니다. 정치는 결국 무엇을 지향하는 가치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행정의 목적은 조직을 유지·관리하면서 새로운 도전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AI시대가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있으면 이를 해내야 합니다. 정치가 말하는 가치와 그걸 뒷받침해 줄 구체적 그림이 행정이 해야 할 몫입니다.”

그러면서 정치가와 행정가가 가져야 할 자질에 관해 설명했다. “첫째로 리더는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방향을 잃는 순간 리더로서 자질이 없습니다. 둘째로 빠른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어 결과를 놓고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감당해야 하는 몫입니다. 

행정의 경우 우리는 가끔 공무원을 보고 영혼이 없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특정 정권에 영혼이 있으면 안 됩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위치만 지키면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공무원들이 부당한 일에 대해 자신은 하기 싫었지만 ‘위에서 시켜서 했다’라는 것에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김 전 총리는 좋은 정치와 행정의 모델로는 K-코로나 방역을 꼽았다. “전 세계와 WHO(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하듯 인구 대비 희생자가 적었던 것이 코리아 방역입니다. 정치와 행정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각 주체로 해야 할 역할을 정확하게 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질병청을 비롯해 학자들에게 판단과 결정을 위임했습니다. 또 전 국민 백신을 위해 국가가 아낌없이 지원해 줬습니다. 의료진과 건강보험 체계도 잘 준비됐습니다. 국민들 역시 공존의 정신으로 협조를 잘해줬습니다.” 

끝으로 김 전 총리는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 시기에 제대로 된 정치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보수와 진보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문명에 대한 요구에 부응해야 하며 행정은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현재 상황도 대통령이 야당은커녕 여당하고도 생각이 다르다고 짜증 낼 것이 아니라 함께 합의할 길이 무엇인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