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구명조끼’…현대차·기아 착용 로봇 ‘엑스블’ 입어보니 [현장에서]

충전 필요없이 ‘입고 벗는’ 외골격 보조용 경량 로봇 산업 현장 내 작업자 신체 부담 덜어주는 역할 기대 가격 경쟁력 확보 및 범용성 확대 주요 과제 부상

2024-11-28     박제은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경기 고양/박제은 기자]

관절은 쓰면 닳는다. 숙련된 작업자도 반복 동작에서 근육과 관절이 마모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근로자의 고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작업장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게 주요 제조산업군의 공통 고민이 됐다. 안전하면서도 작업자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웨어러블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현대자동차·기아의 웨어러블 로봇 브랜드 ‘엑스블’은 작업자의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꾸준히 현장 반응을 청취하고 반영하며 상용화를 노리는 있다. 시장에 안착한다면 작업 환경의 안전성을 확보하며 산업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기아는 2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엑스블의 사업화 계획을 발표하며, 첫 공식 판매 제품 ‘엑스블 숄더’를 공개했다. 엑스블 숄더는 산업용 착용 로봇으로, 팔을 올려야 하는 작업 공정에서 사용자의 어깨와 팔꿈치 근력을 보조해준다. 어깨 관절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반복적으로 어깨에 무리가 가는 공정을 수행하면 자연히 어깨부위에 걸친 근골격 질환 발병확률이 올라가므로, 그 지점을 미리 막겠단 것이다.

엑스블 숄더는 경량화와 실효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앞세웠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동안 착용하고 작업려면 가볍고 내구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작 또는 작업물에 방해가 돼서도 안 된다. 회사는 가볍고 단단한 탄소복합소재를 내부 소재로 써서 무게를 줄였고, 장시간 사용이 가능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없이 무동력으로 작동하게 해 충전 부담도 없앴다고 부연했다. 

필요사항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엑스블 숄더 모델을 착용해봤다.

착용법은 다음과 같다. 조끼의 지퍼를 올리고, 허리춤의 벨트를 조인다. 상완부 마그네틱 연결부를 체결해 조끼에 딸려오는 엑스블 숄더를 팔에 부착한다. 개인의 체형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마치 딱 맞는 구명조끼를 입은 듯했다. 체결하자마자 팔이 약간 위로 들리면서 스프링 장력이 발생했다. 관계자는 양쪽에 내장된 모듈 350g이 최대 10배의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그대로 5kg 아령을 들어올렸다. 전동 드릴로 볼트를 돌리는 작업도 수월했다.

엑스블 숄더를 벗은 후 드릴을 들자 묵직함이 전해졌다. 엑스블 숄더는 조끼까지 합쳐 1.9kg이 안 되는 가벼운 무게로 어려운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 셈이다. 

엑스블 숄더의 보상범위는 실제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인체 데이터 측정이나 2차원 영상 데이터 분석 등이 이뤄진다. 김규정 현대차 관절로보틱스팀 책임은 “그룹사 실증을 완료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엑스블 숄더의 보상범위는 75도에서 230도로 정해졌다. 취득한 데이터 기반으로 인체 모듈링을 분석해 어깨에 가해지는 반발력을 60% 경감해줬다.  

엑스블 숄더는 산업 현장 안전성 강화와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경감시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 3개월 간 60만 회에 달하는 실험을 거쳤고, 지금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엑스블 숄더의 안전한 품질을 확보하고 효용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체형에 관계없이 어깨 힘을 덜어주는 작업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지 여부와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은 엑스블 숄더가 풀어야할 숙제로 보인다. 손목에 가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영역으로의 확장도 필요해 보인다.

좋은 취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한 만큼, 엑스블 숄더가 현장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기술’을 강조한 현대차 기아가 지속적으로 착용로봇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지 관심을 가져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