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다” [체험기]

현실과 가상을 잇는 비전 프로, 몰입의 새로운 기준 가족사진 현장부터 아프리카 초원까지…눈앞에 생생 사진 한 장도 추억의 공간으로…비전 프로가 바꾼 감각

2024-11-27     강수연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애플이 지난 15일 국내에 ‘애플 비전 프로’를 정식 출시하며 차세대 기술력을 과시하고 나섰다. 기자는 차세대 기술인 ‘공간 컴퓨터’를 제시한 비전 프로를 직접 경험하며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몰입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다. 애플 매장 내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 솔직히 기자의 마음 한편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존 VR(가상 세계)과 얼마나 다를까? 혁신이라는 수식어는 과연 과장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비전 프로를 착용하는 순간, 모든 의구심은 단숨에 사라졌다. 기존 VR은 가상 세계 몰입을 강조하며 현실과의 단절을 요구했다면, 비전 프로는 현실과 가상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비전 프로는 직관적인 입력 체계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손 △눈 △음성을 통해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안경이나 별도의 렌즈 없이도 시력에 맞춰 최적화된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짧은 초기 설정만 마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도 높았다.

이 기기는 애플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공간 운영체제 ‘비전OS’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가 마치 실제 공간 속에 존재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앱을 띄우거나 사진을 볼 때 화면이 단순히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공간에 배치된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는 경험은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기자는 여행 중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선택했는데, 마치 해당 장소에 다시 서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애플 관계자는 “비전 프로를 통해 가족사진을 감상한 일부 사용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영상 체험은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애플이 제공한 8K 해상도의 영상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상어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동물들 △농구와 축구 경기 등으로 구성됐다. 영상이 재생되자, 마치 그 장면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비전 프로 체험을 마친 30대 A씨는 “아프리카 동물 영상을 볼 때 현실감이 넘쳐 움찔할 정도였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전 프로의 또 다른 강점은 ‘환경 설정’ 기능이다. 사용자는 주변 환경을 △해변 △극장 등으로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기자는 특히 극장 모드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영상을 재생 후, 극장 모드로 전환하니 실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 정도면 앞으로는 극장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혁신적인 기술에도 넘어야 할 과제는 있다. 가장 큰 장벽은 가격이다. 비전 프로는 가장 낮은 용량인 256GB 모델이 499만 원, 1TB 모델이 559만 원으로 책정됐다.

30대 B씨는 “공연, 콘서트, 여행 등 비전프로로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많다”면서도 “가격 부담 때문에 쉽게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조금 내려가면 바로 구매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착용감도 아쉬웠다. 높은 몰입감 덕분에 약 30분 간의 체험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지만, 무게로 인한 피로감은 분명 느껴졌다. 장시간 착용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피로감과 이질감을 줄여야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씨도 “장시간 착용에는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이질감이 없는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비전 프로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다.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여행 △학습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전 프로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간 경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마치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아이언맨의 안경’을 착용한 듯한 느낌을 주는 비전 프로는 애플이 다시 한번 ‘혁신의 아이콘’임을 입증해 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확장현실의 콘텐츠와 플랫폼이 부족하지만, 대중화되는 순간 그 성장 속도는 폭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