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 후 대선 레이스, 文도 쉽지 않았다 [옛날신문보기]

반문 유권자들, 민주당 경선 땐 안희정·본선 땐 안철수에 힘 실어 이재명 비토 심리 여전…‘차기 대선, 일대일 구도면 접전’ 관측도

2024-12-12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19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회가 지난 7일 본회의에 상정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자동 폐기됐는데요. 국민의힘이 여론과는 반대되는 선택을 한 건 탄핵 인용 시 펼쳐질 차기 대선에서의 불리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다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 대표의 승리가 유력한 건 분명하죠.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선 과정을 돌아보면, 지지율 1위 후보가 무난히 권좌에 도달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인 2016년 12월 5일부터 7일까지 <리얼미터>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20.8%)였습니다. 2위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18.9%)이었고, 3위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었죠. 그 뒤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9.8%)가 이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한 후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인 2016년 12월 12일부터 16일까지 <리얼미터>가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23.7%), 반기문 전 총장(20.5%), 이재명 지사(14.9%)의 ‘빅3’ 체제는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뒤부터는 변화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탄핵 정국이 끝나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보수 표심이 ‘대안’을 찾아 나섰기 때문입니다. 우선 민주당에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지사와 달리 중도성향이 강했던 안희정 지사는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세를 끌어들이면서 문재인 전 대표를 추격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안 주춤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1위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격차를 다시 좁히며 맹추격하고 있다. 탄핵 불확실성이 걷히고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중도 성향의 야권 후보인 안 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의 약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KBS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 11~12일 실시한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전국 성인 2046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2.2% 포인트) 결과 문 전 대표는 34.5%, 안 지사는 33.3%를 기록했다. 안 지사가 오차범위 내로 문 전 대표에 근접한 것이다. 직전인 지난달 5~6일 같은 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36.9%, 안 지사가 26.2%로 10.7% 포인트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된다.”

-2017년 3월 14일 <서울신문> 文 34.5% > 安 33.3% > 李 11.5%…野 대권 판도 흔들리나

탄핵 인용 직전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구심점이 사라졌던 보수에도 새로운 후보들이 등장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고, 그마저 불출마를 결정한 후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대선이 다가오자 ‘보수의 리더’를 노리는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했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이후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무섭다. 무주공산이 된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올라선 데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20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3월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차기 지지율은 문재인 36.6%, 안희정 15.6%, 안철수 12.0%, 이재명 10.8%, 홍준표 9.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대목은 홍준표 지사의 급상승이다. 홍 지사는 지난 3월 2주차 주간집계 대비 6.2%포인트 급등한 9.8%를 기록했다. 일주일 만에 지지율이 3배 가까이 상승한 것. 지지율 10%선을 기록하며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본인의 기존 최고치(7.6%, 2014년 11월 4주차)를 약 2년 4개월 만에 경신했다. 주간으로는 TK와 60대 이상,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에서 급등하는 등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3월 20일 <이데일리> ‘지지율 급등’ 홍준표, 안철수·이재명 턱 밑 추격

민주당 대선 경선이 진행되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분위기가 짙어지자, 대선 레이스는 또 한 번 요동칩니다. 안희정 지사에게로 갔던 ‘반문재인’ 성향 표심이 안철수 전 대표에게로 이동한 겁니다. 안희정 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막아서지 못함에 따라, 안철수 전 대표를 ‘반문재인’ 간판으로 선택한 모양새였습니다.

“3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5.2%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17.4%로 2위로 올라섰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27~29일 실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지율 0.8%포인트 오르면서 35.2%로 1위를 달성했다.
문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17.4%로 2위로 올라섰다. 안 전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이 이전보다 4.8%포인트 급등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5.1%포인트 떨어진 12.5%, 이재명 성남시장은 0.7%포인트 하락한 9.5%로 각각 3, 4위에 이름을 올렸다.
5위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포인트 떨어진 7.7%를 기록했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0.3%포인트 증가한 5.3%를 기록하며 두 후보의 격차가 좁혀졌다.”

-2017년 3월 30일 <뉴스1> ‘안철수 17.4%로 급등’…文 35.2%, 안희정 12.0%, 李 9.5%, 洪 7.7%

각 당 대선 후보가 결정된 후에는 ‘태풍’이 몰아쳤습니다. 대선이 ‘문재인을 이겨라’ 구도로 흘러가면서 안철수 후보가 ‘반문재인’ 구심점으로 떠오른 겁니다. 제19대 대선 한 달여 전 여론조사에서는, 양자 대결은 물론 다자 대결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지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9 대선’을 한 달 앞둔 9일 다자 대결 구도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연합뉴스·KBS가 8~9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자 대결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36.8%로 문 후보(32.7%)를 4.1% 포인트 앞섰다. 유 후보, 문 후보에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6.5%), 심상정 정의당 후보(2.8%),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1.5%)가 뒤를 이었다.
특히 안 후보는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도 문 후보를 앞섰다. 지난달 12일 발표한 연합뉴스·KBS 의뢰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지난달 11~12일 실시, 전국 유권자 2046명 대상)에서 호남 지지율은 13.6%였지만 이번에 41.7%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문 후보는 36.6%에서 38.0%로 1.4%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안 후보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수도권과 충청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부산·경남(PK)과 강원·제주에서만 안 후보를 앞섰다.”

-2017년 4월 10일 <서울신문> 거센 安風…다자대결서 처음으로 文 추월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선전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주최한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 참석해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의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가 젊은 학부모 유권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습니다. 여기에 ‘MB 아바타’ 발언, 홍준표 후보의 보수 유권자 결집 등이 겹치면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2주 새 13%포인트나 폭락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빠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가 굳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1006명을 조사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는 40%의 지지율을 얻어 24%를 얻은 안 후보를 따돌리고 1위를 지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2%, 심상정 정의당 후보 7%,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4%,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는 1%의 지지를 얻었다.
문 후보는 최근 3주간 평균 지지도 40%를 유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50대 지지율을 43%로 끌어올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선두를 달렸다.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안 후보가 36%를 얻어 1위를 지켰다. 4월 2주차 조사에서 37%까지 지지율이 올랐던 안 후보는 최근 2주간 총 13% 포인트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부산·울산·경남(30%→21%), 서울(34%→26%) 등과 보수층(45%→29%)의 지지를 크게 잃었다. 50대 지지율도 40%에서 22%로 급락했다.
한국갤럽 측은 “4월 초 소속 정당의 지지도를 크게 넘어서며 급부상한 안 후보의 지지세는 상당 부분 국민의당 지지층 외곽에 기반해 문 후보에 비해 변동 여지가 컸다”면서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격화된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 TV토론회를 거치며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2주 연속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2017년 4월 29일 <서울신문> 安 지지율 2주 새 13%P 빠져 24%로 급락

안철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사라지자, 보수 유권자들도 표심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보수 유권자들이 안철수 후보에게로 향했던 건 ‘문재인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 하나였던 만큼, 양강 구도가 무너진 이상 보수 유권자들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죠. 결국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줬고, 대선 결과 역시 그랬습니다.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42만3784표(41.08%)를 얻으며 차기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785만2846표(24.03%)를 얻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699만8335표(21.41%)를 최종 득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이튿날인 10일 오전 5시55분께 개표를 100% 완료했다. 3인의 후보에 이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20만8770표(6.76%),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01만7457표(6.17%)를 각각 득표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는 4만2949표(0.13%) 득표에 그쳤다.
문 당선인은 홍 후보를 557만938표차로 이겼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2위 간 가장 큰 표차다. 종전 최대 표차는 지난 17대 대선(2007년) 때 이명박, 정동영 후보 간 531만여 표였다. 2002년 노무현, 이회창 후보 표차는 불과 57만980표였다. 1997년 김대중, 이회창 후보간 표차는 그보다 적은 39만557표였다.
촛불정국의 연장선에서 치러진 대선임을 감안하면 전체 득표율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문 당선인의 득표율 41%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다만 5자 구도가 유지됐음을 감안하면 40% 이상 득표율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란 평가도 있다. 득표율보다 1, 2위간 표차로 압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2017년 5월 10일 <머니투데이> 국민 41% 문재인 손 잡았다…19대 대통령 당선

결론적으로만 보면,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질주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대권을 안겼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반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안철수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며 문 전 대통령을 몰아세우기도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41%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문재인’ 표는 제19대 대선 당일까지도 살아 있었던 셈이죠.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꼭 보수의 대선 패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9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중도·보수층의 비토 심리는 문 전 대통령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면서 “국민의힘이 현 상황을 잘 갈무리하고, 중도와 보수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후보를 낸다면 대선이 꼭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현 대통령 탄핵과 차기 대권주자 1위 지지율 후보간의 관계,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