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하 “北, 예고 없이 쓰러질 것…대응 잘해야” [북악포럼]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68) 유종하 前 외무부 장관 “중국 물건이 흔하게 나오니 막아…공정한 무역 아냐” “‘4차 산업혁명’, 힘과 크기 아닌 속도 빠른 쪽이 승리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전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극단주의의 심화로 갈등이 격해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트럼프발 관세 정책 강화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과 선택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국가 원로의 말에서 정답을 찾기로 했다. 12월 1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특강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 전 장관은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이 정한 강연의 주제가 흔한 질문이면서도 대한민국 지식인들이 가장 알아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략 13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랐다. 그렇기에 대처하지 못했고 나라를 뺏겼다. 1910년에 한국은 싸움 한 번도 못 해보고 일본에 병합됐다. 이후 36년을 일본 치하에 살았다. 또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는 미군과 소련군이 나라를 반으로 갈랐다. 두 개의 나라가 된 후 6·25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지금 70년 동안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대원군을 비롯해 고종황제, 신하들이 대비를 못 했기에 나라가 두 동강 났다. 당시 일본 비슷하게만 행동했다면 전혀 다른 국가로서 인생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는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말하며 그간 이로 따라 생긴 피해를 막기 위해 실행된 국제적 방법들을 설명했다.
“인간은 수천 년간 진화 과정에서 집단적 지배구조를 이어왔기 때문에 전쟁과 경쟁을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다. ‘세계 2차 대전’ 후 사망자가 많았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이런 사태를 막아보자 해서 만들어진 게 집단방어체제 UN(국제연합)이다. 누가 잘못하면 집단의 힘으로 평화유지군 보내서 막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WTO(세계무역기구)를 만들어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할 때 국제적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이 같은 규칙을 만든 나라들이 오히려 반대 입장에 서면서 세계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규칙을 만든 나라들이 기존 질서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 물건이 흔하게 나오니 물건을 막는다. 자국 산업에 돈을 주고 지원한다. 이건 공정한 무역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가장 강한 트럼프가 당선돼 ‘우리부터 살고 보자’는 뜻을 보이고 있다. EU(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직장이 위협받으니 영국은 브렉시트(Brexit)를 선언했다. 시대가 역행하고 있다.”
아울러 유 전 장관은 과학 분야의 변화가 빠를 것으로 예측하며 이에 따른 우리의 대처 방안을 전했다.
“여태까지의 산업혁명들과는 다르게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다. 힘과 크기가 아닌 속도가 빠른 쪽이 승리한다. 우리는 변화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조직의 권한을 하부에 맡기고, 사람에게 집중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언어가 돼야 한다. 국제 언어 훈련을 안보 차원으로 실행하고, 정부도 전략적으로 기술 분야에 지원해야 한다.”
끝으로 유 전 장관은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강연을 마쳤다.
“보통 남북이 통일될 가능성은 희박다하고 본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987년 EU대사로 근무할 당시에도 동서독이 합치는 건 다들 힘들다고 생각했다. 또 주변 국가들도 독일 통일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하게 1년 반 만에 통일됐다.
‘묘비이론’이란 게 있다. 예를 들어 300년 전 사람이 죽어서 세운 묘비가 있다고 하자. 이 묘비는 폭풍이 와도 조금의 기울어짐도 없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각이 약해지면서 어느 순간 한 번에 넘어진다.
공산세계가 그렇다. 북한도 예고 없이 쓰러질 것이다. 한국과 북한의 1인당 차이가 24배가 넘고 나라로 비교하면 경제 수준은 40배가 차이 난다. 탈북자들도 상층부에 있는 사람이 넘어온다. 이 체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어떻게 쓰러지느냐다. ‘가만 있다 쓰러지느냐’, ‘남쪽을 치면서 쓰러지느냐’다. 우리는 여기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