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해외주식 수수료 무료 ‘승부수’…고객이익 강화 카드에 미국주식 신흥 강자 등극할까
메리츠증권. 국내외 주식 수수료 전면 무료…예탁 자산 급증 미약한 리테일 입지, 외화증권 수수료 무료로 강화 노력 전문가 "국내 증시에 비해 외화증권 신규 참여자 진입 등으로 점유율 변동"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주현 기자]
메리츠증권이 리테일(개인 고객) 잡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외 거래수수료 무료를 2026년까지 진행한다. 이에 증권사 간 치열한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잡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리츠증권이 리테일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비대면 전용 투자계좌 '슈퍼365' 예탁자산이 약 4주만에 1조 원을 돌파했다. 슈퍼365에서는 2026년 12월 말까지 국내, 미국 주식과 달러 환전을 무료로 거래할 수 있다.
이벤트 시작 이후 지난 달 18일 기준 9300억 원이었던 예탁자산 규모는 1개월도 안 돼 1조원이 넘게 유입되며 2조 원을 돌파했다.
유입된 자산 구성비 중 해외주식이 5000억 원 가량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달 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신규 개설 계좌 수는 약 3만5000여 개로 일 평균 1400여개의 계좌가 개설 중이다.
메리츠증권의 3분기 리테일 사업 분기순이익은 279억 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111억 원 대비 150.2%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분기순이익 5451억 원 중 5.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리테일 사업 순이익은 기업금융(2339억 원), 세일즈앤트레이딩(1910억 원), 여신전문금융업(1028억 원) 다음일 정도로 아직 입지가 약한 상태다.
메리츠증권 모바일 앱(MTS) 메리츠 스마트도 모바일인덱스 기준 전체 증권 앱 중 32위에 불과하다. 해당 앱의 안드로이드 기준 지난 한 달 간 사용자는 1만7663명, 시장 점유율은 0.37%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객이익 확대카드를 꺼냈다.
리테일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자기주도형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고 높은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제공해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선택한 실행방안은 매매수수료와 환전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획기적인 캠페인이다. 특히 서학개미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2016년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총 해외주식 투자 잔액 대비 미국 주식 비중은 2016년 말 약 30%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년 말 이후 지속해서 80%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는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 상승세 및 미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달리 개인투자자의 유럽, 중국, 일본 투자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해외주식 위탁경쟁력은 증권사에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취 규모는 1.3조 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48개 증권사 중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시장에 참여 중인 곳은 28개다. 해외주식 머니무브 등을 통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증가분 3770억 원 중 77%를 점유율 상위 초대형사 7개사가 가져갔다.
단, 해외주식은 국내 증시와 다르게 경쟁사의 신규 진입 등으로 점유율 변동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일례로 2022년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점유율이 5.2%에 불과했던 토스증권은 올해 12.4%까지 점유율을 확대하며 증권사 중 4위를 차지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위탁매매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사의 경우 다각화된 사업구조와 해외주식으로의 머니무브 수혜에 힘입어 2024년 1~9월 총자산순이익률(ROA)이 1.3%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다만 위탁매매 상위 경쟁지위를 점하고 있는 초대형사들도 외화증권 거래시장의 경쟁이 가속화 될 경우 미래 기대수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수익구조 다각화 노력 지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