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으로 바쁜 금융지주 회장님들, 소상공인 지원 나선 까닭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계엄선포 및 탄핵정국으로 경제 불확실성 확대 소상공인 피해 우려…금융지주, 연말모임 장려 금융당국-은행연합회, 소상공인 지원대책 논의

2024-12-18     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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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지주를 보자면 회장들부터 일선 직원까지 모두가 정신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연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윤석열 계엄선포 사태 및 탄핵정국으로 국내 경제 불확실성에 외국계 자본 이탈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지주들은 해외투자자와의 실시간 소통 등을 통해 차질 없는 밸류업 추진 등을 약속하며 투자심리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죠.

또한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지주회장들이 긴급회의를 주재해 탄핵정국에 따른 국내경제 변동성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면서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경제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지주들도 화들짝 놀란 계엄사태지만, 가장 피해를 본 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입니다. 계엄선포를 기점으로 연말 모임이 취소되면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죠.

지난 4일 기자 100여명이 넘게 참석하기로 한 은행권 송년회 모임도 계엄선포로 취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같은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작은 모임들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죠.

소상공인들의 고통 분담을 위해 금융지주 회장도 나섰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직원들에게 주변 음식점 이용을 적극 권장해왔습니다.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연말 모임 취소보다는 주변 음식점을 이용해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당부했습니다.

이같은 사례는 다른 금융지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KB금융은 푸드트럭을 활용해 소상공인을 응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지난 16일에는 종로구 통인시장에 ‘KB착한푸드트럭’을 보내 180여 명의 소상공인에게 따뜻한 차와 간식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의 성장을 응원하고자 마련된 프로젝트입니다.

또한 KB금융은 지난 10일 인천시, 한국경제인협회와 ‘소상공인 출산·양육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출산과 양육을 돕기 위해 총 사업비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나금융도 최근 회의에서 소상공인에게 실효성 있고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맞춤형 채무조정, 저금리·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 소상공인 상생 보증 대출, 1대1 맞춤 컨설팅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이자 소상공인을 고객으로 둔 은행들도 거들고 나섰습니다.

신한은행은 ‘신한 기업고충 지원센터’를 신설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금융·비금융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탄핵정국으로 대내외 경기상황 변화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대응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금융지주 및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은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은행 뿐만 아니라 전 은행권이 동참하는 방안도 현재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논의 중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연체 전이라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차주를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상공인에 도움을 주고 재기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처럼 은행권이 소상공인 지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은행업은 공공재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도 계엄 선포 및 탄핵정국으로 소상공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공동으로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죠.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은행권하고 협의 중인 방안들을 이달 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 한해 역대 최대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순이익 일부를 소상공인을 위한 ‘포용금융’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소상공인 재기를 돕는다는 단순한 의미 외에 은행 고객인 이들의 사업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대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힙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대기업이나 일반 가계대출보다 위험자산가중(RWA)치가 높습니다. 최근 고환율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 하락이 우려되는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탄핵정국으로 당분간 자영업자 대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은행권 공동의 지원책, 그리고 우회적인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