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성숙한 관심 동반돼야 [주간필담]
최소 6개월 걸리는 판독 과정, 책임 소재 따지기엔 일러 참사 애도할 시기에 난무하는 억측, 유족에게 칼날 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제은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겼습니다. 전국적인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지만, 복잡한 원인 규명 과정에서 불신이 싹텄습니다.
참사 원인을 둘러싸고 단편적인 근거에 의존한 주장, 유가족에 대한 루머 등은 유가족에게 ‘2차 피해’로 돌아갔습니다.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드러난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항공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비행 데이터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기록장치(CVR)를 확보한 후 기술적 문제와 기상 및 환경적 요인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참사의 경우 음성 기록장치에서는 데이터를 추출했으나 비행 데이터 기록장치(FDR)의 특수 커넥터가 분실돼 미국에 보내서 판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마다 조금씩 의견이 다르지만 최소 6개월이 넘을 거란 분석입니다. 책임 소재는 사고 전후 상황을 알아낸 뒤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참사 발생 책임을 두고 여러 주장이 오갑니다. 이 중 공항 입지 자체부터가 잘못됐다는 식의 결과론적인 논란도 있었습니다. 단편적인 근거에서 비롯된 음모론과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보도 과정에도 갖가지 루머가 떠돕니다. 익명성 뒤에 숨은 무책임한 의견들은 국민과 유가족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처음 사고 영상을 촬영한 시민을 두고 억측이 돌았습니다. 결국 목격자가 ‘우연히 본 것 뿐’이라고 해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대표를 두고도 정치적 배후설과 같은 음모론이 퍼졌습니다. 유가족이 맞냐며 폄하하는 주장이 퍼지면서, 박 대표의 딸이 소셜미디어에서 반박한 바 있습니다.
참사를 둘러싸고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되짚어보니, 우리 사회가 재난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신뢰를 형성할 기반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애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라기보단 비방할 주체를 찾는 데 치중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사법당국은 모욕적 게시물에 대한 엄중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유가족이 금전적 보상만을 바란다거나, 정치적 세력과 결탁했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습니다. 원인 규명과 무책임한 추측 사이에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지난 2일 참사 희생자의 장례가 치러졌고, 사고 발생 8일 만에 유해가 가족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근거없는 소문으로 이들을 매도하는 것은 2차 피해로 돌아갈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실 검증 없이 유포되는 가짜뉴스와 루머는 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참사의 본질을 흐립니다. 어쩌면 중장기 대책이 필요할지 모르는 사안을 짧은 가십으로 소비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참사당일 브리핑에서 강도 높은 안전 점검을 하겠노라 약속한 만큼,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춥고 어두웠던 연말이었습니다. 다시는 되풀이되선 안되겠습니다. 사고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