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기 넘긴 KB국민은행…추가 총파업 앞둔 IBK기업은행 [주간필담]
국민은행, 노사간 협의로 임금 수준 결정 기업은행은 기재부 ‘총인건비’ 제도 적용 기은 노조 “자체 해결 불가” 對정부 투쟁 추가 총파업 예고…정치권 가세 움직임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노조는 임금 체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단 두 은행 노조의 파업 결정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된 합법적 쟁의입니다. 임단협 결렬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 쟁의 조정 절차, 조정 결렬, 이후 노조 쟁의행위 찬반 투표, 찬성 가결, 파업 예고 등 정해진 수순을 모두 밟았습니다.
다만 결과는 달랐는데 기업은행은 실제로 총파업에 들어간 반면 국민은행은 파업을 코앞에 두고 극적 타결을 봤다는 점입니다. 이들 노조의 파업 행보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임금 체계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누적됐고 대화로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인가 여부입니다.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배경에는 성과급이 있습니다. 국민은행 노조는 통상 임금 300%에 달하는 성과급과 1000만 원의 특별격려금을 사측에 요구했습니다.
파생상품의 일종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수습에 들어간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해달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앞서 국민은행은 홍콩ELS 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초래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 하필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에서 해당 상품이 제일 많이 팔리면서 여론의 화살을 집중적으로 맞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 임직원 모두가 홍콩ELS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를 두고 노조는 노고에 따른 성과급 지급, 사측은 비용 발생에 따른 지급 불가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파업’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노사는 성과급 250%와 특별격려금 200만 원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성과급 280%보다도 적습니다.
은행권에서는 고액 연봉 논란과 함께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이 국민은행 노조가 한 발 물러나게 만든 배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기업은행 노조는 총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총파업도 준비 중입니다. 기업은행 노조 역시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은행과 달리 단순히 임금인상 수준 견해 차이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건 노사 협상만으로는 불가능한 현 임금 결정 체계의 대대적인 정비입니다. 사실상 총파업 대상도 기업은행 사측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중심에는 ‘총인건비 제도’가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지만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어 ‘총인건비’ 제도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가 매년 설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만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예산 삭감, 인력 감축 등 불이익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비록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임금 체계 개선을 위해 기업은행 노조원은 물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도 응원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총인건비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임금 체계 개선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기업은행 직원 연봉을 일반 시중은행 직원과 비교할 경우 70~80%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의 임금 격차를 이유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게 맞냐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합니다.
이에 노조는 공무원 신분도 아니고 일반 시중은행과 업무상 차이도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이 같은 불만은 코로나19와 고금리 시기를 지나 더욱더 누적됐습니다.
‘정책금융 실현’의 사명을 띤 기업은행은 어려운 시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전 임직원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앞서 기업은행은 코로나가 전국에서 유행한 2020년 당시 코로나 지원대출 명목으로 총 7조8000억 원, 대출 27만 건을 실행하며 전(全) 은행권 대출액의 72.8%에 해당하는 금융지원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업무 강도도 이 시기 높아졌습니다. 반면 복지는 축소됐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복리후생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는 높아졌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대책’으로 줄어든 복지는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건강검진비 최대 30만 원 한도로 축소 △직원 및 가족 의료비 지원제도 폐지 △장기근속기념품 지급 폐지 △창립기념품 삭감 △선택적 복지비 삭감 △안식휴가제 폐지 등이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기업은행 경영진도 총인건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야당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총인건비 제도 개선 필요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 방법이 없다면 기업은행 민영화 추진도 검토해 볼 만 합니다. 실제로 2012년 기업은행은 민영화 추진을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제외됐다가 2014년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 강화 목적으로 다시 지정된 바 있습니다.
물론 정책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은행의 역할을 시중은행이 수행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결국 노조의 총파업 투쟁이 장기화 될 경우 정부와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총인건비 제도 개선이냐 아니면 기업은행 민영화냐는 갈림길에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