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딥시크 출현 美中 기술 패권 경쟁의 전환점…韓, AI 전략적 투자 높여야” [단박인터뷰]
박진 전 외교부 장관(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 “미국, 기술적 우위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에 성공하면 패권 흐름이 변할 수 있어…한국, 기술‧무역전쟁 도전에 다각도 대응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박진 전 외교부 장관(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 경쟁이 AI 기술력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딥시크(Deep Seek)의 출현은 AI 경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전 장관은 지난 5일 딥시크 출연에 따른 미중 패권 전망을 묻는 <시사오늘> 질문에 “미국은 여전히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에 성공하면 패권 흐름이 변할 수 있다”며 이 같이 회신했다.
또, 한국의 AI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AI 반도체 개발 투자를 비롯해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한국이 직면한 기술전쟁과 무역전쟁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다양한 도전과 기회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대표적 외무통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외교부 장관과 한미정책협의 대표단 단장을 맡아 한미 관계를 조율했다. 문민정부에서 해외공보담당비서관 등을 거쳐 16‧17대‧18대‧21대 4선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지 한 달이 돼 간다. 어떻게 보고 있나.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불법 입국 중단, 에너지 정책 전환, 외국에 대한 관세 및 세금 부과를 위한 '대외수입청' 설치를 공언했다. 이미 ‘관세 쇼크’로 얘기되고 있지만, 한미 관계에도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특히 보호무역, 관세, 방위비, 대북정책, 첨단기술 분야에서 도전과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중국 등과의 무역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관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수출 산업 특히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산 LNG 및 원유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국 방위비 증액 요구와 주한미군 조정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군축 협상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미 관계는 군사·경제를 넘어 기술 동맹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정국 불안으로 인해 국익 외교가 희생되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
- 당장 딥시크 출현도 쇼크를 안기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전망은?
“미중 패권 경쟁은 AI 기술력을 중심으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딥시크(Deep Seek)의 출현은 AI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며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AI 연구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대규모 데이터 활용과 국가 주도의 AI 연구를 통해 격차를 줄여 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에 성공한다면 패권의 흐름이 변화할 수도 있다.”
- 한국의 AI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의 AI 기술력은 여러 가지 걸림돌로 인해 뒤처지고 있다. 우선, AI 학습에 필수적인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가 부족하다. 미국의 엔비디아(NVIDIA), 중국의 자체 AI 칩 기업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AI 반도체 개발 속도는 더딘 편이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해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AI 연구 인재의 해외 유출과 스타트업 투자 부족 또한 한국의 AI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지?
“AI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 AI 반도체 개발에 대한 전략적 투자, 데이터 규제 완화, 글로벌 인재 유치, 그리고 산업과 연구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유연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인재 육성과 창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AI 개발에 필요한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대학 정원 확대와 산학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동맹을 다각화해 균형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는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등의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면서도 네덜란드의 ASML과 반도체 협력, 독일과 AI 및 자동차 기술 협력, 일본과 반도체 소재 협력, 인도와 IT 개발 협력, 이스라엘과 사이버 보안 협력 등 협력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 보다는 배터리, 전기차 등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며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