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낮춰라´ 정부 개입…카드시장 ´혼란´
현대·기아차 “카드 안 받습니다” 선언에 업계·서민 ‘당혹·난감’ 납세자연맹 “카드 소득공제 축소 검토=실질적 증세” 비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임영빈 기자]
정부의 신용카드 '시장 개입'이 혼란을 초래하는 모양새다.
최근 카드사들은 정부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고객 혜택을 줄여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대기업인 현대기아차가 최근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 ‘카드사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신용카드 소득 공제 축소’ 발언이 더해지면서 대다수 서민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 4일 현대기아차는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카드수수료 인상을 납득할 수 없다”며 신한, KB국민, 삼성, 롯데, 하나카드 5개사에 계약 종료 사실을 통보했다. 카드사들이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해오자 ‘계약 해지’로 응답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일부 카드사들은 인상 근거에 따른 명확한 자료와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지난 1일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했다”면서 “계약해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에 수수료율 근거자료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이달 1일부터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고 계약해지 이유를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강경한 태도에 카드업계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의 반발이 향후 타 업계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을’의 위치에 있는 카드사들을 상대로 대형가맹점이 ‘갑질’을 자행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 공제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연말정산에서 비중이 큰 소득 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사실상 증세나 다를 바 없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겠다”라며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극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에는 신용카드 소득 공제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한국납세자연맹(이하 연맹)은 5일 성명을 통해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를 넘어 주요 선진국의 3배에 이른다”며 ”자영업자들의 과표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애초 취지가 거의 달성되었다는 정부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연맹은 “높은 지하경제 비중 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나 폐지는 있을 수 없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서민과 중산층 근로자의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는 6일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