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롯데, 남방정책으로승부수
베트남, 인도네시아 거점으로 동남아시장 공략 박차 최근엔 미얀마에도 진출...中선 공장매각 등 슬림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변상이 기자]
사드 배치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롯데그룹이 탈중국화를 가속화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중국 내 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철수한 데 이어 식품 제조사업 역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롯데 측은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합병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롯데는 누적된 적자폭을 개선하기 위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의 중국 공장 6곳 중 4곳의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
롯데제과는 초코파이와 껌 등을 생산하는 베이징 공장(롯데차이나푸드)과 초콜릿 공장(롯데상하이식품)을, 롯데칠성음료는 허난성 뤄허에 있는 음료수 생산 공장(롯데오더리음료)과 베이징 음료 공장(롯데화방음료) 등 총 4곳을 매물로 내놓았다.
현재 이들 공장의 소유권은 롯데지주가 갖고 있다. 다만 그룹측은 이들 공장을 매각하더라도 식품제조 사업의 완전한 철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드보복 이후 정상 운영이 되지 않는 공장 일부를 정리한 뒤 나머지 공장은 계속 운영할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 롯데는 성장세가 멈춘 중국을 벗어나 전반적으로 동남아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주목했다. 특히 동남아 사업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집중돼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유화계열사가, 베트남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16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에 나프타분해시설 건설을 추진중에 있으며 롯데자산개발은 베트남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호치민시에 백화점과 쇼핑몰, 오피스, 주거시설이 포함된 에코스마트시티 착공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실제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말 출소후 두 달만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 경영의 속도를 높인 바 있다.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를 향한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양국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롯데와 인도네시아는 서로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트남의 경우 현재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지알에스, 롯데시네마, 롯데자산개발, 롯데호텔 등 16개 롯데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현지 롯데 임직원만 1만1000여 명에 달한다.
2016년까지 롯데의 베트남 총투자금액은 1조8000억 원이며, 최근까지의 투자 금액을 합하면 약 2조 원에 달한다. 매출액 역시 1조600억 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액 중 1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다. 롯데마트는 현지에서 2015년 이후 연평균 12.3% 신장해 지난해에는 순매출액만 3430억 원 규모다. 지난 2008년 호치민에 ‘남사이공점’을 오픈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호치민을 비롯해 다낭과 나트랑 등에서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0년까지는 지점 숫자를 약 90개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대형점포 형태를 포함해 중형 점포와 미니마트 등의 출점도 고려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역시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1월 말 미얀마 제빵업체 ‘메이슨’ 인수식을 갖고 새로운 제과사업 개시를 공식화했다.
2007년 베트남에 이은 두 번째 동남아 진출 케이스다. 메이슨은 현지에 3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양산빵 및 비스킷·파이(케이크)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영업 지점 12개, 물류센터 10개를 통해 미얀마 전역에 판매망을 갖추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성장세가 멈춘 중국을 벗어나 인도나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넓히는 남방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롯데 측은 장기적으로 메이슨을 통해 롯데제과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유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도 남방정책을 펼치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식품,화학,건설 등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라며 “중국 대안으로 낙점한 동남아 공략에서 각 계열사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