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박삼구 회장, 아시아나發 경영난에 리더십 ‘흔들’

아시아나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주식 관리종목 지정 수모 신용등급 강등 잇단 경고음...ABS 1조이상 조기상환할수도 팔 수 있는 자산도 거의 없어 유동성 위기 극복 쉽지 않을듯 그룹 전체에 위기감...박삼구 경영능력 의구심·책임론 고개

2019-03-25     장대한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올해 경영 시계가 여전히 안갯 속이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를 비롯해 기내식 대란과 자녀 낙하산 인사 논란 등으로 경영 리스크를 자조한 데 이어 올해는 그룹 캐시카우였던 아시아나항공발 유동성 위기가 터지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감을 안기고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아, 주식 매매 거래 정지는 물론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불운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 측은 이번 한정 의견에 대해 운용리스항공기 반납정비 충당금, 마일리지 충당금 추가반영, 관계사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등에 있어서 엄격한 회계기준을 반영한 결과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같은 대기업 집단의 관리 종목 지정은 이례적인 케이스로 꼽히는 데다, 투자 위험성과 상장 폐지 등을 염두에 둔 기관투자가 등이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최근 재무제표에 대한 부적정이나 의견 거절, 한정을 받는 경우, 회사 채권을 상장 폐지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역시 그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17년 10월 발행한 600억 원 규모의 채권 '아시아나항공86'은 다음달 8일 한국거래소에 의해 상장 폐지가 이뤄진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업계는 아니아나항공의 시장 신뢰성 훼손이 가장 큰 문제임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는 것.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그 후폭풍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회사 매출채권, 어음, 부동산 등 유동화자산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온 바 있는 데, 이를 조기상환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BBB-'인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라도 낮추면 즉시 상환해야 한다는 특약 조건을 내걸었던 만큼, 이번 한정의견 여파로 인해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ABS 조기상환 부담이 따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9일 주주총회 전까지 재감사를 받아, 회계법인이 제시한 '한정 의견' 사유인 충당금 추가 설정의 문제를 신속히 해소해 '적정 의견'을 받아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우려감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회계기준 강화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종전 잠정 실적 대비 830억 원 급감한 459억 원으로 크게 떨어진데다, 당기순이익은 기존 잠정치 25억 원에서 125억 원의 적자전환을 이루는 부실회사로 다시 낙인 찍힌 것. 부채비율도 2017년 588.2%까지 낮아지던 추세에서 지난해 충당금 반영 시 840%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그룹 사옥과 CJ대한통운 주식을 매각하며 팔 수 있는 자산이 거의 남지 않아 유동성 위기 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항공 본업에서의 수익성 확보에 승부를 걸여야 하는 데, 시장 내 대한항공과의 격차는 물론 LCC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그 입지마저 줄고 있는 것.

여기에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담당해 왔던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는 당장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영구채 발행에도 지장을 주고 있으며, 상위 회사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금호산업은 연결재무제표 지분법 대상 회사로 함께 한정 의견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금호고속의 기업공개(IPO)에도 먹구름을 안기게 됐다.

기업의 지속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그룹 수장인 박삼구 회장의 리더십마저 흔들거리고 있다. 박 회장이 그간 재무구조 개선에 발벗고 나서온 공을 무시할 수 없지만, 무리한 그룹 재건과 이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지원 부담을 가중시켜 화를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재건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면서 항공 본연의 시장 경쟁력이 후퇴한데다 그 체력마저 고갈돼 미래마저 불투명해진 지금의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며 "아시아나발 사태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박삼구 회장을 둘러싼 그간의 경영 리스크를 감안 할 때 그 책임론과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떨쳐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