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공영 '일감 몰아주기 늘리고, 주주가치는 외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금 제자리걸음…'건설업계 추세에도 안 맞아'

2019-04-08     박근홍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신공영이 일감 몰아주기는 늘리고, 주주가치 제고에는 소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다, 주주 친화적 경영이 사회 화두로 떠오른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신공영은 지난해 매출 2조1421억 원, 영업이익 2144억6700만 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7.95%, 60.8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23.59% 급등했다. 이로써 한신공영은 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2018년 또 다시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한신공영 주주들은 미소를 짓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적이 상승한 것과는 달리, 배당금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한신공영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한신공영의 현금배당금총액은 2016년 25억4300만 원, 2017년 40억8700만 원, 2018년 43억4000만 원으로, 배당성향이 2016년 9.6%, 2017년 5.7%, 2018년 2.7% 등 매년 감소했다. 특히 주당 현금배당금을 2017년과 지난해 보통주 주당 375원(액면가 대비 7.5%), 우선주 주당 425원(액면가 대비 8.5%) 등 동일한 수준으로 설정한 게 눈에 띈다.

전년 대비 주당순이익이 2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배당을 이 같이 실시하는 건 주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한 대형 포털 사이트의 한신공영 종목토론 게시판에서는 배당금에 대해 불만을 가진 주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jwle****'는 "1600억 원(당기순이익) 벌어서 겨우 40억 원을 배당한다. 이래서 주가가 개판"이라고 꼬집었다. 'myna****'는 "배당금 600원 이상을 요청한다. 한신공영이 서울·수도권 재건축 사업을 따려면 주식시장에서 시총 4000억~5000억 원 정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총 2000억 원 건설사가 주요 지역 재건축을 따기는 어렵다. 주가부양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kyuj****'도 "주가와 상관 없이 배당금의 정상화는 주식시장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며 "회사가 계속해서 돈을 잘 벌면 시세차익을 주든, 배당을 주든 해야 되는데, 한신공영은 둘 다 없다"고 지적했다.

한신공영

이처럼 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더욱 큰 문제는 한신공영이 일감 몰아주기를 최근 다시 늘리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경제개혁연구소는 '대규모 기업집단 이외의 집단에서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신공영의 최대주주인 코암시앤시개발은 내부거래 비중이 88.7%에 달하는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이라고 규정했다.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적용받는 대기업 집단은 아니지만 한신공영의 일감 몰아주기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비상장사인 코암시앤시개발은 지난해 말 기준 한신공영 지분 36.76%를 보유한 한신공영그룹의 지주회사다.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22.38%)과 태기전 사장(20%)이 사실상 코암시앤시개발을 지배하고 있으며, 코암시앤시개발의 대표이사는 최 회장의 차남 최완규씨다.

코암시앤시개발의 내부거래에 대한 경제개혁연구소의 지적이 나오자, 한신공영은 코암시앤시개발과의 매입 거래를 2016년 230억9000만 원에서 2017년 178억9500만 원으로 낮췄으나, 지난해에는 352억7900만 원으로 규모를 다시 확대했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일감을 몰아준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늘리고, 배당금은 제자리걸음인 한신공영의 행보는 건설업계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 눈치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등 영향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개년 배당정책'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대림산업과 GS건설은 배당금을 대폭 늘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심화될 텐데, 아무래도 건설사들이 그 표적이 될 공산이 크지 않느냐. 국민연금 문제도 있고, 시쳇말로 알아서 기는 느낌"이라며 "주주가치 제고가 공공건설 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