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도약 앞둔 식품기업] 오뚜기, ‘3분카레’로 시작된 간편식 원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오뚜기는 지난 1981년 국내 첫 즉석요리인 3분카레로 처음으로 HMR(가정간편식) 시장 문을 열었다. 오뚜기 3분 카레에서 시작된 간편식은 이제 즉석밥, 피자, 볶음밥 등 다양한 메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여타 기업과 달리 오뚜기는 본업 한 우물만 파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 HMR 제품 원조격 ‘오뚜기카레’
오뚜기 대표제품 중 하나는 카레다. 수많은 즉석식품 가운데서도 오뚜기카레는 지난 1969년 첫 출시 이후 50주년을 맞는 지금까지 카레의 대명사로 사랑을 받아왔다. 오뚜기는 카레로 사업을 시작해 이를 발판으로 소스, 라면, 마요네즈, 케첩, 즉석밥 등 판매 가공식품 종류를 800여개까지 늘려왔다. 이는 국내 식품회사들 중 가장 많은 숫자로 알려져 있다.
오뚜기카레는 오뚜기가 회사설립과 함께 생산한 첫 품목이다. 1940년대에 국내에 카레가 처음 소개됐지만 서양식 카레가 그대로 들어와 국내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이후 경제 성장기에 접어든 1970년대 오뚜기가 한국식 카레를 개발, 대중화에 뛰어들었다. 특히 한국인의 주식이 쌀이라는 점과 매콤한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겨냥해 시장을 파고들었다.
출시 초기 분말 형태였던 오뚜기 카레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 변화와 기술 발전에 발맞춰 진화해왔다.
지난 1981년에는 ‘3분 요리’라는 즉석식품 브랜드를 달고 액상 형태의 레토르트 카레가 등장했다. 레토르트 방식의 오뚜기 카레는 끓는 물에 데우기만 하면 간편하게 카레를 즐길 수 있어 출시 첫해에만 400만개가 팔렸다. 이후 순한맛·매운맛·약간 매운맛 등으로 제품군이 늘어나면서 오뚜기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4년에는 건강에 좋은 강황의 함량을 50% 이상 늘리고 베타클루칸·식이섬유·귀리 등을 넣어 영양 성분을 강화한 ‘백세카레’가 등장했다. 맛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하는 카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후 2009년에는 간편함을 더 강조한 ‘오뚜기 과립형 카레’를 개발했다. 기존 카레는 끓는 물에 넣기 전에 뭉치지 않도록 물에 풀어야 했지만, 이 제품은 신기술을 적용해 조리 시 바로 카레를 넣고 끓여도 덩어리가 지지 않고 잘 풀어진다. 조리 시 번거로움을 줄여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지난 2012년에는 발효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 인식을 반영한 ‘발효강황카레’를 출시하고, 지난 2014년 5월에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렌틸콩을 주원료로 한 ‘3분 렌틸콩카레’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3일 숙성소스와 다양한 향신료를 직접 갈아 숙성한 카레분을 사용한 ‘오뚜기 3일 숙성카레’도 출시됐다.
올해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특별 제작 상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창립 당시 선보였던 오뚜기 카레를 5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특별 제작해 출시했다.
이번에 오뚜기 카레 50년을 기념해 내놓은 ‘스페셜티 카레 3분’은 국내 가정간편식(HMR)의 원조로 꼽히는 ‘3분 요리’ 노하우를 담았다. 제품 안에 허브와 스파이스를 조화시킨 ‘스페셜 티(Special Tea)’가 들어있어 카레 향을 한결 부드럽고 풍성하게 해준다.
50주년 기념 제품인 만큼 조리법도 차별화했다. 스페셜티 카레는 미리 준비한 채소와 고기를 기름을 두른 팬에 볶고 물을 부은 다음, 스페셜티 육수 티백을 넣고 끓이다가 카레 분말을 넣고 약한 불에 끓여 완성한다.
오뚜기 5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칫집 밥상 느낌의 컵밥 제품 ‘오뚜기 맛있는 컵밥 궁중갈비찜밥’도 내놨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오뚜기 카레는 품질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앞서가는 마케팅으로 출시 50주년째를 맞는 지금도 국내 1위의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며 “50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인 스페셜티 카레와 궁중갈비찜밥 출시와 함께 앞으로도 더욱 맛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 우물만 집중…1위 제품만 30여개
사업다각화를 위해 외식이나 프랜차이즈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여타 식품기업들과 달리 오뚜기는 50년 가까이 식품 관련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식품 시장에서 오뚜기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만 약 30가지에 이른다. 한국 토종기업으로서 외국 소스류인 케첩과 마요네즈 시장에서도 이례적으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분야에서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업계 2위 자리를 꿰찼다. 특히 지난 2004년 경쟁사보다 뒤늦게 시작한 즉석밥 시장에서는 농심을 제치고 1위인 CJ제일제당을 바짝 뒤쫓는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초기 부진을 겪었던 라면사업도 최근 시장점유율을 점차 확대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1988년 ‘진라면’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당시 시장을 양분하던 농심과 삼양에 밀려 3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지난 2013년 하반기 삼양식품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뒤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오뚜기는 라면과 소스류, HMR 등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2007년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지난 2016년부터는 3년 연속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연결기준 지난 2016년에는 2조107억원, 2017년에는 2조1262억원, 지난해에는 2조2467억원을 달성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