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아름다운 변화

2019-05-15     김웅식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우편 분야는 우편물량 감소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체국의 변신 노력은 눈물겹다. 서울 광화문우체국이 사무공간을 카페로 임대해 연 5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우체국에서 보험 영업 외에 알뜰폰 판매,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하기도 한다. 오래 된 대형 우체국 건물은 비즈니스 호텔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체국의 변화 노력은 전 세계 공통인 것 같다. 노르망디 해안의 작은 섬은 우체부를 활용한 새로운 독거노인 복지에 나서 눈길을 끈다. 우체부는 자신이 담당하는 노인들과 5분간 대화를 나누면서 노인이 필요한 약을 복용했는지, 몸에 이상이 있는지, 필요한 물품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우체부는 단순히 우체부가 아니라 나를 돌봐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곧 치킨을 배달해주는 우체국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설계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서울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이 담장을 허문 지는 오래됐다. 담을 허문 뒤 어린이대공원을 찾는 방문객이 늘었다고 한다. 시민의 품으로 더 가까이 다가섰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와 소통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수목이 주는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마음을 풀어놓는다. 끝내 풀어내지 못한 마음의 티끌도 이곳에선 한순간 사라진다. 

‘담 허물기는 또 다른 발전적 건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담은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나씩 쌓아온 마음속 불신의 벽인지도 모른다. 이웃을 의심하고 적대시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또한 담 허물기는 더불어 살겠다는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열린 공간, 열린 마음은 우리가 지향해 가야 할 생활 속 미덕이 아닐까. 

시중은행들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한 점포를 선보여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은행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몇 년 전 서울~양양 고속도로 상에 있는 내린천 휴게소에 국내 첫 ‘도로 위 휴게소’가 문을 열었다. 상공형 휴게소는 도로 위를 가로질러 설치되는 휴게소로, 상하행 양방향에서 동시에 이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사돈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수정돼야 할 것 같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곳으로 생각되던 공중화장실이 자주 찾고 싶은 곳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안한 곳에서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면 그것은 큰 행복이 된다. 공중화장실이 말 그대로 편안히 쉴 수 있고 근심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해우소(解憂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들른 휴게소 화장실에서 신선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화장실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말끔한 타일 바닥에다 상큼한 향이 배어나고 경쾌한 음악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다른 한 쪽에서는 대중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카페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큰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화장실이 산뜻한 변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지역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려면 화장실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공공의 건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화장실 벽에 붙어 있던 글귀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