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국당은 왜 그럴까요?

중도확장 필요한 시점에 터져나온 막말…‘악순환 빠졌다’ 분석 힘 얻어

2019-06-03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연일

총선을 11개월여 앞둔 지난 5월 중순, ‘지역구를 가다(관련기사-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863)’ 취재차 세종특별자치시를 방문했던 저는 우연찮게 한 식당 주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세종시의 역사와 정치 성향 등에 대한 대화가 끝나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찾아온 그때,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들은 식당 주인은 이런 혼잣말을 내뱉었습니다.

“에휴…. 쌍으로 지X들을 하는구나.”

자신을 ‘보수’라고 소개했던 식당 주인이었기에, 저는 의아한 마음으로 “한국당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봐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그는 “잘못하지”라고 단언하더니, 오히려 제게 반문했습니다.

“도대체 한국당은 왜 저런대요? 민주당이 저렇게 못하면 가만히만 있어도 지지율이 오를 텐데.”

최근 자유한국당은 연이은 ‘막말’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5·18은 폭동’ 발언에서 시작된 ‘막말 러시’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비난과 ‘청와대 폭파’ 발언을 지나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나은 면도 있다”는 망언에까지 이르렀습니다. 3일에는 한선교 사무총장이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한다”고 말했다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습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막말을 ‘보수 결집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강경 보수’를 결집해 지지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양당제에서 제1야당이 갖게 되는 구심력을 무기삼아 ‘보수 통합’을 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이 풀이는 여의도에서 ‘일반론’처럼 받아들여졌죠.

하지만 요 근래, 한국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지지율 30%를 돌파하면서 이제는 ‘중도 확장’에 힘을 써야 할 시기가 됐음에도, 한국당에서 나오는 발언의 수위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초 각본대로라면 지금은 ‘보수 결집’이 아니라 ‘중도 확장’에 나서야 할 타이밍인데, 한국당에서는 ‘전술 변경’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는 겁니다.

정치권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 포착됩니다. 식당 주인이 궁금해 하던 “도대체 한국당은 왜 저러느냐”는 물음에 마땅한 답을 내놓을 수 없게 된 까닭입니다. 이러자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극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한국당의 체질 자체가 중도 확장 전략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극우화됐다’는 의심입니다.

심지어 한국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얼마 전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제 한국당도 유승민·원희룡·정병국 같은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중도 확장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 당내에서는 복당파(김무성·김성태·김용태 등)조차 배신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나서서 유승민이나 원희룡을 영입하자고 하겠나. 어떻게든 중도로 치고 나가야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중도 확장 주장이 백안시(白眼視)되는 한국당의 분위기와 막말 러시에는 연관성이 있을까요. 이 궁금증에는 3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답을 내려줬습니다. 이 분석이 꼭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한국당은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풀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은 될 것 같습니다.

“공천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느냐. 바로 인지도다. 일단 인지도가 높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뭘까. 언론을 타는 거다. 5·18 망언 전에 이종명·김순례 의원을 아는 사람이 있었나. 근데 그 발언 뒤에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까지 됐다.

튀기 위해서 막말을 하는 의원들을 막으려면 당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근데 못한다. 왜냐. 지금 한국당은 극우 보수들이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 맞는 말 했는데 왜 징계를 해?’ 이런 분위기가 강하면 제아무리 당대표라도 징계를 하기가 쉽지 않다. 악순환에 빠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