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한국당, ‘나경원 합의안’ 때 국회 돌아왔더라면?
친박당 이미지 탈색…민생우선 명분도 챙기는 일거양득 의총거부로 국회파행 짐 못 덜고 장외투쟁 효과도 半減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국회가 오랜만에 재가동됐다. 지난 28일 자유한국당이 조건 없이 모든 상임위에 등원키로 하면서, 84일만의 국회정상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사실 한국당으로서는 상당한 찜찜함이 남은 정상화다. 지난 24일 한 차례 합의안 추인 부결로 진통을 겪어서다. 24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들고 온 합의안대로 국회에 복귀했으면 어땠을까.
#어떤 미래 : 변했다던 한국당, 진짜 변화를 보여주다
극적인 국회 복귀였다. 한국당의 24일 국회복귀로 80간의 국회 공전은 멈췄다. 정가에선 이번 국회정상화에 이르는 과정을 두고, 한국당의 판정승으로 평가하고 있다. 크게는 세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존재감이다. 한국당은 모처럼 제1야당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24일 3당원내대표 합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국회가 파행 사태를 반복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에 "오늘 유감 표명과 합의 처리에 대해 말씀을 해 준 이 원내대표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답함으로서, 민주당의 사과를 받은 모양새가 됐다.
현실적으로 패스트트랙 저지까지는 갈 길이 요원한 상황에서 제1야당의 체면을 세우고 최소한의 복귀 명분을 획득한 셈이다. 국회정상화의 열쇠를 한국당이 쥐고 있다는 것도 다시금 재확인시켰다.
다음으론 '친박당, 대구경북(TK)당' 이미지 탈피다. 그간 장외투쟁을 이어온 한국당 내에선 두 가지 의견이 존재했다. 국회공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감안해 원내투쟁으로 전환하는 것과, 선명성을 강조하며 원외투쟁을 이어가며 보수를 결집하자는 주장이었다. (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358) 주로 TK, 친박계 의원들이 후자를 선호하는 가운데, 이날 의총장에서도 원내복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결국 나 원내대표의 합의문을 추인하면서 더 이상 한국당이 친박계와 TK 위주가 아님을 선포한 셈이다.
마침 홍문종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하면서, 한국당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한 상태다. 탄핵정국에서 철퇴를 맞았던 극우세력과의 이별은 한국당의 중도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해줬다. 변했다던 한국당이 진짜 변했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합의를 이끌어낸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지 상승이다. 27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차기지도자 적합도에서 3.0%를 기록하며 9위를 기록했다. 한국당 계열에선 황교안 대표(21.0%, 2위)와 홍준표 전 대표(3.4%, 7위) 다음이다. 아직 유의미한 수준의 지지율은 아니지만, 한국당으로선 두꺼운 여권의 대권 풀을 감안할 때 비교적 '젊은 피'의 부상이 반갑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정상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면서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현재 : 국회파행 짐 못 덜고 장외투쟁 효과도 半減
국회는 정상화됐지만 한국당은 체면을 구겼다. 나 원내대표는 불신임론까지 언급되면서 상처를 입었다. 오히려 주목받은 것은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다. '국회 파행의 주범'이라는 굴레도 벗지 못했다. 앞서의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27.5%로 민주당(39.0%)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러한 지지율 하락세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국회복귀 추인 거부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장외투쟁 효과도 반감(半減)된 상태다.
한국당의 한 수도권 지역위원장은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힘들게 장외투쟁 해놓고 막판에 (복귀 과정이)매끄럽지 못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위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알앤써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