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반대’ 국민연금 주식 전량 처분 시 7000억 자금 부담
청구권 한도 8000억 넘어도 합병 추진 밀고 나갈 가능성 커
SK이노베이션 측 “아직 대응책 없어, 상황 오면 검토할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해외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 등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는 표결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몰릴 경우 합병 가부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 SK이노·SK E&S 합병 ‘반대’…업계 “합병안 통과 무리 없을 것”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오는 27일 SK이노베이션 임시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오를 예정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국민연금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6.36%다. 최대주주인 SK 다음으로 많다.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진 이유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합병에 따라 신주가 발행되면 SK이노베이션 주식 가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되면, SK이노베이션은 SK E&S의 대주주인 SK에 SK E&S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신주를 발행해 교부하게 된다. 합병안에 기재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가액은 1대 1.19로, SK이노베이션이 발행하게 될 신주 수는 5529만9186주다. 신주 발행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주식 총수는 기존보다 58% 늘어난다.
반면 신주가 늘어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주당 순자산가치(순자산을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것)는 떨어진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등도 이를 이유로 반대 의결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주총에서 반대표가 과반을 넘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 의견을 제시했고, SK이노베이션이 우호지분을 상당수 확보한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이와 관련,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병 자체가 무산되긴 쉽지 않다. 우호지분이 36% 정도 있고, 해외 의결권 자문사는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합병안이 통과하려면 전체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주총 등의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 되면 오는 11월 1일 합병 법인을 출범한단 계획이다.
합병 향방 ‘키’ 떠오른 주식매수청구권…SK이노 “상황 도래한 이후 방안 논의”
국민연금 등의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규모에 따라 합병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이 주식 구매를 위한 자금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안에서 반대표를 낸 주주가 해당 안건이 승인됐을 때 본인 소유의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매수해 달라고 회사에 청구할 권리다. 이번 안건 관련 결정된 SK이노베이션의 주당 매수청구가격은 11만1943원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SK이노베이션 주식은 608만9654주다. 국민연금이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신청한다면, SK이노베이션 등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6817억 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 합병 계약 시 정한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한도 8000억 원에 근접하게 된다.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합병이 곧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식 구매를 위한 자금 부담이 발생해 합병 조건을 변경하거나 합병 계약 해지 등이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식매수청구권을 무조건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와 수량 등은 행사 기간 내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코너에 몰린 것만은 아니다. 추가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이사회를 통해 한도를 증액하는 등 조치를 취해 합병안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이 한도를 넘어서더라도 지금 SK이노베이션이 합병비율 조정 등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또, SK이노베이션에 추가 부담을 하더라도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권이 한도를 넘었을 때의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상황이 도래해야 이사회가 소집되고, 이사회가 소집돼야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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